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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교수님과 첫 미팅

by 스타티스

2023.8.1 화

학교벽면에 덩굴식물이 있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저 벽을 지키고 있었을까.


지난주 교수님께 문자가 왔다. 첫 미팅을 하기로 했다. 화요일 상담센터 출근일이지만 오후 상담이 없어서 교수님과 미팅 약속을 굳이 변경하지 않고 진행했다.


미팅 전 안내 문자가 왔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성찰일지가 준비물이었다. 문자를 받은 후 고민했다. 어떻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나에 대해서 잘 전달할 것인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교수님과 박사과정 지원생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석사는 2년~2년 반 정도면 보통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지켜보니 달랐다. 석사과정 지도교수님 연구실에는 박사과정 졸업생이 한 분 있었다(수료생은 꽤 많았음). 내가 알기론 6~7년 걸렸다고 했다. 나 또한 5년 +@ 시간을 예상한다.


교수님의 논문을 읽고, 공개슈퍼비전 모습, 수업 등을 경험하고 지원했지만, 일대일로 만났을 때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어제는 그런 자리였다. 지원자로서 교수님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교수님께서는 지도교수로서 학생을 받거나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서로가 만난 시간이었다.


당일 아침, 새벽 걷기 운동은 나가다가 더위를 먹은 듯이 속이 울렁거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부담이었나 보다. 상담센터 출근해서 동료들에게 오후 조퇴사실과 함께 현재 상황을 전달했더니 세 명 모두 응원, 지지를 해주었다.


특히 한 명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샀다. 같이 밥 먹은 네 명 모두에게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산 줄 알았더니 나에게 그런다.

“선생님, 응원하는 마음에 사는 커피입니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고 살아가고 있구나 느껴졌다.



그래도 신체반응은 민감했다. 화장실을 들락날랐거렸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는데 또 길을 잘 못 들어서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약속 시간보다는 빨리 출발했기에, 40분 정도 기다렸다가 교수님 연구실로 찾아갔다.


한 번의 만남으로 뭔가 결정 나는 건 아니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석사 졸업을 하긴 했지만, 학회지에 논문을 낸 적이 없다. 제 3저자가 있긴 하고 학부생 때 학회지 기고 경험이 있지만 그건 다른 전공일 때 이야기였다. 또한 양적 연구만 해봤기에 질적 논문에 대한 지식 및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입학을 하려면 질적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한 번에 입학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주변에 박사 지원하는 분들 보니 한 번에 들어가는 분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건 뭐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기도 해서 교수님께서 그 부분을 설명하실 때는 덤덤하게 들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만 남았다. 질적논문에 대한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오후 상담이 있었다. 작업실에 들러서 논문 연구 계획을 세우려 했는데, 더위 먹은 듯 몸이 축 가라앉아서 집으로 왔다.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숙제가 남았다.


머릿속으로 주제어들이 떠다니고, 집에 질적논문 관련 책들을 사놓은 것도 있다. 시간과 행동이 쌓이면 무언가 이루어진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과 행동을 어떻게 쌓을 것인가를 고민해 보자.


혼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상담센터 동료선생님들이 나에게 보내준 따뜻한 눈빛과 응원의 말, 사람체온 같은 커피온도는 박사과정을 하는 내내 기억될 거 같다.


언제 입학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너무 덥다. 진짜로.

더위를 먹을 만큼의 더움은 한동안 교수님 연구실에 갈 때마다 떠올리게 될 듯하다. 숨이 턱 막힐 만큼의 더움.

*석사때 교수님은 미팅때마다 음료수, 커피 등 일절 받지 않으셨다. 습관이 되어서인지 어제 찾아갈 때 물 한 병없이 포트폴리오만 들고 갔었는데,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어느 것이 맞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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