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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Jul 18. 2023

일상과 특별함에 대하여

여행과 빨래방

2023.7.18 화


 제주 여행의 목적은 물놀이였다. 10살 둘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유치원, 초등 저학년을 보냈다. 한창 물놀이를 많이 할 나이대에 집에 갇혀있었다. 첫째는 그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지면 들어왔었는데, 둘째는 오로지 집이었다. 덕분에 살이 쪘고, 현재 성조숙증 치료를 받는 중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둘째는 어떻게 자랐을까.


 코로나 기간 동안 남편 일도 바빴고, 나도 대학원에 논문에 정신이 없었다. 여름휴가는 생각도 못했다. 작년 8월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결혼 후 첫여름휴가를 떠났었다. 결혼기간이 첫째 나이 +1이다. 첫째는 중학교 3학년이다. 여름휴가에는 물가도 비싸고, 어딜 가도 더우니 집에 있는 게 젤 낫다는 남편 의견이었다. 내 체력도 그리 좋지 않았다. 운전에 능하지도 못했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아마도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기간이라 그랬었다고 보는 게 젤 맞을 듯하다.


여름 방학 하기 전에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두 딸들에게 여름 물놀이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두 아이가 1학기 동안 몇 번 한 말이 있다. 우리 둘째는 "엄마, 우리는 제주도 안 가요?" 친구들이 그렇게 제주도를 다녀왔단다. 누구도 갔다 오고, 또 누구도 갔다 왔다는. 첫째도 그랬다. "엄마, 우리 제주도 가면 안돼?" 

 둘 다 비행기를 타고 싶었나 보다. 한 달 전즈음 비행기표, 숙소를 잡아두고 잊고 있었다. 포스터 작업 때문에 다른 걸 준비 못했다. 이번 여행은 물놀이가 목적이었다.


첫 번째 숙소는 물놀이장이 있다는 이유로 예약했다. 예전만큼 자세히 알아보고 예약하지 않았다. 호팩에서 올라온 숙소 중 물놀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2박을 했다. 도착해서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1박은 취소했다. 급하게 다른 숙소로 예약해서 3시에 체크인했다. 들어가자마자 물놀이를 준비해서 야외수영장으로 향했다. 그전에 금능해수욕장에 잠시 들렀는데, 아이들이 발을 담그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마음먹으면 30분 만에 바다에 닿을 수 있는 지역에 살지만, 바다물놀이를 하지는 않았다. 아마 딱 한 번 했을 것이다. 엄마의 성향도 연관이 있겠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주말에는 바다보다는 도서관에 가는 편이었다. 일상과 여행이 이어지는 건 이런 지점이 아닐까.


2시간 썬배드를 빌렸다.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하니, 수영장 입장권을 제공받았다. 아이들은 2시간 동안 행복해했다. 예전 같으면 나는 들어가지 않고 아이들만 놀아라고 했을 것이다. 이제는 나도 물놀이를 한다. 잠시 했다가 스마트폰으로 다음 주 화요일 발표수업 과제책 '몸은 기억한다'를 읽곤 했다. 따뜻한 물에서 전자책을 읽으니, 정말 휴가구나 싶었다. 몸도 마음도 이렇게 릴랙스 된 적이 있었나 싶었다. 살면서 처음인가.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살았었는지 느껴졌다. 이완해 봐야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는 내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몸은 기억한다'는 책 내용도 그런 내용이었다. 부제가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이다. 


심학원 두 번째 발표인데, 첫 번째 발표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개인사도 정신없었고, 하는 일도 많았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여전히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때는 바쁜 정도를 수치화한다면 9.5(0에서 10중) 정도였다면, 현재는 7.5 정도 되는 듯하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수련이 두 군데 끝나서 마음도 릴랙스, 수요일 날 진행하던 수업도 방학을 해서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학회 포스터 준비, 슈퍼비전 2건이 남아있었다. 저번주에 보고서 하나 제출했고, 이번 주 하나 남았다. 이러저래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 틈을 이용해서 여름휴가를 간 것이다. 


예전에 나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불안해서 어딜 갈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돈도 걱정, 시간도 걱정, 체력도 걱정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번에는 그냥 떠났다.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첫째가 그런다. "이번 여행은 엄마답지 않네. 계획이 하나도 없어." 예리한 딸이다. 


결론적으로는 더 좋았다. 하지만 몇 가지 불편한 점은 있었다. 중간에 숙소를 옮겨야 했고, 또 한 가지는 빨래.

물놀이는 즐거웠는데, 이 숙소는 탈수기도 없는 게 아닌가? 세탁서비스도 없었다. 급하게 근처 빨래방을 찾아봤다. 차로 5분 거리에 24시간 빨래방이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 동전을 사용하거나 현금 충전해서 쓸 수 있는 카드만 사용가능했다. 한마디로 카드 결제 불가능, 현금만 가능했다. 마침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ATM기에서 2만 원을 출금했다. 500원 동전으로 모두 바꾸었다. 세탁기 사용료 4000원, 건조기 5000원, 신발세탁기 5000원이 들었다. 시간은 1시간 20분가량 머물렀다.


물놀이 2시간에, 빨래방 1시간 20분이었다. 젖은 빨래를 집으로 들고 갈까 싶기도 했는데, 비행기 수화물이 걱정되었다. 물먹은 빨래가 몇 킬로일까. 빨래방에서 만사천 원으로 세탁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아이들은 빨래방 대기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스마트폰게임을 하였다. 아이들에겐 그 시간도 힐링이었을까.


짧은 2박 3일 여행은 물놀이, 도립미술관 관람 + @ 정도만 하고 돌아왔다. 원래 계획도 이 두 가지밖에 없었다. 돌아오니까 더 좋았다. 화요일 아침 아직도 피곤하다. 


나에겐 그랬다.

특별함을 경험한 후

느낄 수 있는 일상의 감사함.


여행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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