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습작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티스 Jul 19. 2023

일상을 기록한다

카메라와 함께 20년

사진출처 : @munkyo. seo (인스타그램)


 부모님께서 대학교 1학년 입학 선물도 디지털카메라를 사주셨다. 일본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조경학과는 사진기가 필요하다며 일본 내수용 올림푸스 디카를 사 오셨다. 이후 사진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나는 카메라를 좋은 걸 쓰거나, 퀄리티가 막 높은 사진을 찍는 건 아니다. 다만, 매일 찍는다. 사진을 찍으니 기록할 곳이 필요했다. 블로그, 인스타 등도 함께 하게 된 시작점은 카메라였다.


부모님은 나에게 돌봄을 하셨다. 신체적으로 먹이고 재우는 등 돌봄은 충분히, 아니 넘치게 해 주셨다. 하지만 정서적 돌봄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셨던 거 같다. 하지만 카메라처럼 덕 본 경우도 있다. 부모님은 조경학과는 운전면허증이 필요할 거라며 대학교 1학년 때 1종 보통을 따게 하셨다. 그리고 포토샵, 일러, 3D 맥스 학원에 보내주셨다. 진솔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힘든 순간에 의논 대상이 되어주지는 않으셨지만 성취과 관련된 무언가, 생존과 관련된 무언가는 충분히 해주셨다. 그 안에 카메라가 있었다.


어제도 점심시간에 잠시 외출해서 포스터를 인쇄한 걸 찾아서 상담센터로 돌아오는데 폭우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왼쪽 팔과 몸 사이에 인쇄한 포스터를 끼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길가에서 자라는 질경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산에서는 사람이 다니는 길에 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란다.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기를 힘들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에게 밟히는 길가를 선택한 식물이었다. 도심 한복판 길에서는 벽 쪽에 바짝 붙어서 훤칠한 키를 자랑하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다. 차도와 붙어 있는 보도블록 끝부분인데, 폐자전거가 있어서 비교적 안전(?) 했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끄떡없는 잎을 가지고 있었다. 질경이는 사람 발에 밟혀도 괜찮을 만큼 질긴 잎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덕분에 세상을 관찰하게 되었고,

식물의 스토리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내 사진첩에는 사람보다 식물 사진이 많은 편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보인다. 초록의 삶이 느껴진다. 어쩌면 부모님 덕분에 이 시선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되는 눈.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과 특별함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