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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Jul 20. 2023

그때의 나, 지금의 나

서울여행

2023.7.20 목


오늘 낮 12시 서울역에 도착했다. 화요일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과 서울역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원래 먹으려고 했던 아보카도김밥집이 없어져서 잠시 당황했다. 결국 서가앤쿡에서 대기 10분 정도 해서 밥을 먹었다. 오후 2시부터는 한국상담학회 연차학술대회 수업이 있었다. 그 선생님과 부랴부랴 챙겨서 딱 2시 강의실에 입장했다.


과거 나라면 어땠을까.  


불안, 조초했을 것이다. 늦으면 큰 일어난다는 생각에 갇혀서 오늘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 지금 이 순간에 있었다. 그 선생님과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무사히 수업도 들었다. 집단상담 대가 네 분이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대방출하시는데 얼마나 재미있던지. 알차기도 했지만 즐겁기도 했다. 가만히 관찰해서 보니, 대가인 분들은 유머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 연륜일까. 아니면 FC(자유로운 어린이 자아)모드로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서일까. 아무튼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오후 수업이 끝나고는 대학원 동기선생님과 같이 움직였다. 숙소에 들러서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썜이 내 카드를 뺏아가서는 밥값을 계산하셨다. 예전에 나라면 어땠을까. 부담스러웠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오늘은 감사하게 먹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밥을 사줄 때 그럴 때 제일 기분이 좋았다. 감사하고 즐겁게 먹었을 때.


그 선생님과 대학로로 이동해서 연극을 한 편 보았다. <라스트세션>이다. 프로이트는 상담공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같이 간 선생님은 종교와 관련 있는 분이기도 하셨다. 나는 배우 이상윤을 보러 갔다. 맨 앞줄에서 봤는데, 얼마나 잘 생겼던지. 남명렬 배우님도 한창 EBS라디오을 들을 때 목소리로 자주 만났던 분이다. 오늘은 두 배우가 나왔다. 프로이트 삶의 마지막이 어땠을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꽂히는 문장을 급하게 종이를 꺼내서 적기도 하였다.


나는 종교가 있는 듯 없는 사람이라 두 사람의 대화가 와닿기도 하였다.

과거의 나라면 이 공연이 어땠을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일정 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데리고 사는 내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즐거웠으면 좋겠다. 종종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이 선생님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 분과 친해지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건 과거의 나였다.

오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데 즐거웠고, 내일도 하루 종일 수업을 같이 들을 예정이다. 우리는 대학원 수업이 거의 온라인으로 이루어져서 자주 만나지 못한 사이다. 졸업도 다른 학기에 해서 우리가 함께 뭔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건 내가 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 머물렀더니 즐거움이 떠올랐다.


학술대회 참석 때문에 서울에 왔지만, 마음은 여행을 온 듯 즐겁다.

여행의 밤은 항상 맥주 한잔과 인포켓치즈 2+1과 함께.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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