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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Jul 21. 2023

경험수집가의 삶

또 하나의 마침표

2023.7.21 목


연차학술대회 포스터 전시에 참여하고 왔다. 석사논문을 요약 정리해서 90cm * 150cm 포스터로 전시하는 작업이었다. 4월 25일경 상담학회에서 포스터 전시 참여자를 모집할 때 지원했고, 5월 24일경 논문발표 심사 합격통보를 받았다. 6월 16일경 초록 및 핸드아웃자료 정리해서 제출했다. 이후 7월 21일 포스터 전시 직전까지 ppt로 포스터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참여만 하자 생각했다. 사실 경험치를 하나 더 쌓는 거라 생각했다. 얼마나 열심히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자체 마감시간을 몇 번이나 넘겼다. 하기 싫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대강하고 ‘이만하면 됐지 뭐’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끝까지 미루다가 1차 정리해서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피드백 사항을 주셔서 그걸 기준으로 다시 고쳤다. 화요일 포스터 천 인쇄를 하고 지인 몇 분에게 보여드렸다. 마지막으로 작업실 언니에게 보여드렸더니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그러다 심각한 오류를 발견했다.


세상에, 모형의 선을 잘 못 그은 거 아닌가? 처음에는 학술논문의 한글파일 그림을 캡처해서 바로 넣으려고 했는데 그림이 깨지길래 파워포인트로 새로 그려서 작업하는 동안 오류가 생겼다.


나는 이렇게 허술한 편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확인한다. 마지막에 이 언니한테 포스터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인쇄소 메일을 보내고 다시 인쇄했다. 휴. 그러고 나니까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거 같았다.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덮어두고 쉬었다. 1박 2일 서울 일정도 준비해야 했다.


짐 싸고 이래저래 하니까 밤 12시였다. 둘째 등교시키고 서울행 기차를 탔다. 상담센터 동료와 함께 서울역에서 만나서 점심 먹고 학술대회장으로 이동했다. 혼자 왔을 때보다 훨씬 풍성해지는 기분이었다.


이튿날, 대학원 동기인 선생님이 포스터 전시 준비작업을 함께 해주었고, 오전 오후 수업도 같이 듣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사람들이 왜 여행을 같이 다니는지, 어느 지역에 가면 왜 지인들을 만나는지 오감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고, 어떤 걸 경험하고 있는지 알게 되어서일까… 아무튼 예전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내 논문이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럴까 1년을 생각했다.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제일 큰 영역은 내가 내 결과물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아서였다. 이번에 포스터 전시는 내 논문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경험이었다.


졸업동기가 있다. 내가 논문 주제를 선정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까이서 지켜본 유일한 사람이다. 서울 올라가는 기차에 탔을 때 그 선생님께 카톡이 왔다.


“선생님, 같이 못 가지만, 열렬히 응원해요.”

커피도 보내준 선생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뭔가가 느껴졌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 말을 건네받았다. 이 모두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제야 내 졸업논문에 생기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흑백이었다면 이제는 컬러로 느껴진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상담 수련을 하게 되어서 연차학술대회 오프라인 참석은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특히나 전면 오프라인으로 알고 있다. 학술대회가 열린 숭실대학교는 캠퍼스가 얼마나 예쁘던지. 2023년 여름의 푸르름은 숭실대학교 나무와 분수, 꽃들로 기억하게 될 거 같다.


오늘도 경험치 +1 완료.



*이번 경험치 교훈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경험의 색깔이 달라진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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