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8기를 마치며
꽃댕강나무이다. 잎은 상록이고, 꽃은 늦봄부터 초겨울까지 피고 진다. 성실한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도 햇볕에 여름잎을 내였다.
다시 걷고 있다. 몇 년을 건강을 위해 걸었었는데, 올해 상반기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지인들은 그런다. ‘넌 항상 바빠.‘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느낌이다. 삶은 그런 걸까. 나무처럼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 전체적으로 또 연결되어 있는. 나무들도 각자 살아가지만, 땅 속으로 보면 다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이틀째 다시 자연을 만나고 있다. 비로소 이 세상과 연결되어서 살아있음을 몸으로 느낀다.
글루틴에 속에서 매일 글을 쓸 때도 비슷한 뭔가가 있는데, 그건 글감각인가. 아무튼 글모임에 속할 때와 아닐 때, 글을 쓸 때와 아닐 때 감각들이 있다.
지나가면서 자연을 만나는 순간을 찍어둔다. 내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글쓰기는 이러한 즐거움의 순간들을 남겨둘 수 있게 해 준다. 사진과 글은 내 삶에서 얼마만큼 차지하고 있을까.
올해는 1월부터 7월 말까지 강가에 걷기를 하지 못했다. 매년 보는 상사화의 개화시기를 놓쳐버렸다.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난다. 그 후에는 흔적도 없어진다. 원래 없었던 거처럼. 그러다가 개화시기에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피어난다. 자연은 매일 관찰해야 만날 수 있는 선물들이 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도 비슷하다.
매일 관찰해야 만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글루틴은 그 관찰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번 달에도 덕분에 내 마음과 무사히 잘 만났다.
글루틴 8기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