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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ug 03. 2023

엄마역할 하는 날

3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

2023.8.3 목


낮 12시 40분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출발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는 3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에 간다. 2학년 때 소아과에서 성조숙증 치료를 권유받았다. 주변에 수소문해서 성조숙증 관련 병원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한 곳만 방문했고, 그 이후 계속 진료를 받는 중이다. 본격적인 진료는 작년 8월이었다. 꼭 1년째다.


2시 25분 진료예약이지만 항상 기다린다. 진료 전 방사선과에 들러서 손 엑스레이를 찍고 왔다. 진료실에 들어간 시간은 3시 11분, 진료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아이 손 뼈나이는 4학년정도이다. 우리는 내년 8월까지는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우리가 받고 있는 진료는 3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 방문, 현재 진행상황을 확인한다. 매달 집 근처 소아과에 가서 성조숙증 주사를 맞는다. 우리는 용량을 최대치로 맞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우리(담당 선생님과 보호자인 나)가 생각하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내년 여름까지 진료, 5학년 정도에 아이가 초경을 하는 것이다.


큰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서, 그것도 아마 1학년 말 다되어서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빠른 편은 아니다. 첫째와 둘째는 생긴 것도 정말 다르고 체형도 다르다. 식습관도 다른 편이다. 큰아이는 소식하고 천천히 먹고 채소를 좋아한다. 둘째는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빨리 먹는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급식은 항상 두 그릇이었다.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항상 부모탓으로 끝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은 건지 생각한다. 그리고 선택하고 행동한다.


유독 주사가 아프다고 한다. 아이는 항상 울지 않고 꿋꿋하게 버틴다. 보는 엄마는 안쓰럽다. 초2때부터 매달 이 주사를 견디고 있다. 오늘은 채혈도 있었다.


‘엑스레이-진료-주사-채혈’은 거의 대학병원 갈 때마다 거치는 패턴이다. 그나마 오늘은 30분마다 채혈 4번 하는 검사는 없어서 다행이다.


뜨거운 여름 지열이 가득한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소고기도 사도 돼지고기도 샀다. 오이, 귤도 샀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이다. 병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 해먹이고. 포도도 씻어서 먹이고, 날파리가 더 번질까 걱정되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니 저녁 8시 30분이다. 집에서 12시 40분에 나갔는데 정신 차리니 8시 30분이다.


3개월에 한 번은 반나절 이상 엄마역할만 꼬박 하게 된다. 병원이 아니었다면 둘째와 온전히 하루를 보낼 기회가 있었을까.


어떤 일이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진료 마치고 나면 우리는 병원 안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수와 소시지를 사 먹는다. 집까지 1시간 넘게 걸리기에.


앞으로 1년은 이 소시지를 더 먹게 되겠지.

목적지가 병원이긴 하지만 데이트는 데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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