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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ug 09. 2023

여름잠

한없이 쉬고 싶은 마음

2023.8.9 수


오후 상담이 있었다. 1시부터 2시 30분까지였다. 태풍이 오고 있어서 이동하는 동안 빗줄기가 강했다. 오늘 일정은 오후 상담 1건밖에 없었다. 심학원도 방학기간이고 수련도 한 곳만 진행 중이다. 월요일 격주로 대상관계이론 사례공부반도 종료했다. 올해 들어 이렇게 여유로운 적이 있었던가.


그랬더니 점점 늘어진다. 하루에 할 일이 10개가 밀려 있어도 그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으면 하나씩 하나씩 처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할 일이 하나 있는 건 나에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어제 같이 근무하는 동료 상담선생님과 점심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그 선생님은 현재 석사 논문을 쓰고 있다. 사례보고서도 써야 한다. 석사 논문은 진행 중인데 집단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연구라서 현재 집단프로그램을 짜고 있고, 인원도 모집 중이다. 할 일이 쌓여있어 힘들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올랐다.


‘아, 나는 할 일이 많을 때 더 에너지가 나는 사람이구나!’


알아차리고는 그 선생님한테 말했다.

“선생님, 나는 할 일이 하나니까 더 미루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보고서 하나만 쓰면 되는 게 그걸 계속 미루게 되는 마음은 뭘까요. “

“아마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집중력 급격한 저하를 겪고 있다. 뭐라도 하자 싶어서 아침 4시 30~6시 30분 사이 눈이 떠지면 아침 운동을 간다. 약 1시간 동안 4킬로미터 6 천보~7 천보를 걷고 온다. 이후 오전 일정이 없으면 누워있고 싶어 진다. 중학생 큰 딸이 오후 12시가 될 때까지 못 일어나는 마음을 알 거 같았다.


오늘도 상담을 다녀와서 바로 보고서를 쓰고 제출하려 했는데, 마트에서 장 보고 와서 소파에 누웠다. 이누야샤를 켰다. 넥플릭스에서 8월 말까지만 시청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그때가 되기 전에 완결까지 봐야지.


예전에 나라면 어땠을까.

시간을 허투루 쓴다고 스스로에게 비난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떨까.

내 몸이 휴식을 원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있다.

지난 몇 달 정말 애써서 달려왔구나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다. 어차피 보고서 마감은 8월 31일까지이다. 그전에 내기만 하면 된다.


지난 상반기가 동영상 1.7배속 정도 느낌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0.8배속 정도 되는 듯하다. 그래, 이런 시기도 있는 거다.


오늘 학습상담 내담자 학생(중1)에게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더랬다.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하고 나면 죄책감 없이 쉬어요. 원래 노는 시간을 먼저 정해놓고 그 시간을 위해서 공부하는 거예요.”


내가 뱉은 말을 내가 지켜보려고 한다.

죄책감 없이 쉬기.




*그래도 상담도 갔다 오고,

아침, 점심, 저녁 밥상 차리고 치우고,

글루틴 글쓰기도 하고 있다.

아, 책도 30분 읽었고, 오전 1시간 걷기도 했다.

적고 보니 뿌듯하다. 충분히 쉬어도 될 거 같다.



*지금은 한없이 늘어지는 여름잠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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