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동안 집정리를 한 이유

남편 방 만들기

by 스타티스

2023.12.5 화


"이걸 혼자 다했다고?"

"엄마, 아침에 나간 집과 다른 집인 줄 알았어~ 우리 집 맞아?"


어제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마치고 보니 밤 12시 30분이었다. 카톡에서 본 노란 스웨터 사진이 시작점이었다. 사진 속 지인의 집 배경이 상상되었다. 얼마나 깔끔할까. 이 생각이 '나는 내가 사는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나?'로 이어졌다. 사랑한다면 아껴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얼마만큼 우리 집을 소중히 다루고 있을까?


지금 집은 1월에 이사 들어왔다. 계약 기간 2년 + @로 생각하고 있는 집이다. 예전에는 '내 소유가 아니니까.', '어차피 떠날 집인데.'라는 생각이 강했다. 환경 탓을 하고 싶었나 보다. 내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에 대한 걸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려고 카페에 갔다가 1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옷장 정리를 시작했다. 이방 저 방 흩어져 있는 옷들을 옷장 속에 잘 정리해서 넣었다. 그리고 둘째 방에 이케아 벙커침대를 분해했다.

출처 : 이케아 홈페이지

우선 이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떼어냈다. 그다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전동드릴을 꺼냈다. 남편이 사용법을 가르쳐 준 적 있다. 나사에 맞는 걸 찾아야 한다. 찾아보니 그 부분을 '비트'라고 했다. 그리고 회전방향 조절 버튼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분해를 해야 하니 나사가 풀리는 방향으로 돌려야 했다. 처음에는 꽉 조여진 나사가 꿈쩍도 안 하더니, 점점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유튜브에 좋아하는 채널 영상을 틀어두고 ('핑계고'를 좋아한다) 분해를 시작했다. 조립은 내가 하지 않아서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일단 목표는 확실했다.


'남편 방을 만들어주자!'


출처 : 픽사베이

큰 방에 원목 싱글 침대가 두 개 있었다. 이 원목침대 중 하나도 분해했다. 작은 방으로 옮겨서 조립하고, 침대 시트도 옮겼다. 원래 작은 방에 있던 옷장도 옮겼다. 이래저래 옮기다 보니 오전 11시에서 밤 11시가 되었다.


퇴근하던 남편이 흠칫 놀랐다.


"이걸 혼자서 다했어?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며? 이제 쉬어라."

"응, 정리하던 거 다하고."

"이 정도 했으면 쉬고 나중에 해."


밤 12시 넘으니 정리가 되었다. 11시 넘어서 학원 다녀온 아이도 놀랐다.

"엄마, 다른 집에 온 거 같아."


중학교 3학년 사춘기 딸 방은 항상 어지럽다. 최근에 방을 치우라고 잔소리했는데, 그러려면 나부터 집을 깨끗하게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정리했다. 딸에게 당당하게 잔소리할 수 있는 엄마이고 싶었나 보다. 정당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싶었다.


남편에게도 집에 왔을 때 편안하게 쉬는 공간을 주고 싶었다. 거실 티브이로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작은 방에 침대와 모니터용 티브이를 함께 설치에 주었다. 마음 편하게 영화를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신기한 것은 어제 13시간을 정리에 집중했는데 오늘 몸에 큰 무리가 없다는 거다. 지난달만 해도 움직이지 못할 만큼 힘들었다. 그때는 걷기도 힘들었다. 어제 '나'는 다른 사람 같았다. 결혼 1-10년 차일 때는 집안일이 그렇게 싫었는데, 변화하고 있는 나를 느끼는 중이다.


예전에는 '의무'였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중이다.


가족을 위한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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