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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Dec 11. 2023

세상에 나설 용기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무엇이 그리 두려웠을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왜 무서웠을까. 손가락질받을까 봐? 혹은 그들 속에 소속되지 못할까 염려되어서? SNS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는데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데는 용기가 없었다.


9월부터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고민하고 있다. 2011년도에 '꿈꾸는 만년필'이라는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매달 서울을 올라가서 수업을 들었다. 글쓰기 MT도 갔다. 벽돌에 대해 100가지 아이디어를 내거나,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한 문장씩 말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간 기억들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때는 고민이 없었다.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였다. '서른 전에 절대 결혼하지 마라.' 그때 쓴 원고들은 초고로 한글파일로 남아있다. 당시 출판 시장을 조사했었고, 투고하고 싶은 출판사들도 리스트업 했다. 그때만 해도 결혼 이야기가 그렇게 흔한 주제가 아니었다. 글을 쓰다가 부침을 느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글을 써도 될까?'

결혼과 관련한 일을 해보자 싶었다. 실제 예비신부들이 뭘 원하는지, 결혼을 앞둔 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해서 웨딩플래너를 하게 되었다. 아직도 몇몇 커플들이 떠오른다. 그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 책 한 권을 만들었다면(그럴 용기도 없었지만), 반쪽짜리 책이 될 뻔했다. 30대 초반 육아휴직 후 경력단절된 여성이 시댁과 함께 살면서 남편이 직업을 바꾸며(공기업 직원-> 보험설계사) 생기는 마음에 어려움 및 당시 깨달음을 담은 책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완성했다면 어땠을까. 부끄러움으로 마음속 한편에 오랫동안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 삶을 좀 더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함께 글을 썼던 분들은 삶의 연륜이 있는 분들이었다. 내 나이가 가장 어렸고, 주 연령층이 40, 50대였다. 그때 내린 결론은 '아직 난 부족해. 책을 내기엔 삶을 충분히 겪지 않았어.'였다. 작년 연말부터 이제는 시도해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감사하게도 스테르담 작가님 덕분에 공저 출판을 할 수 있었다. 십 년 동안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는 영역을. 하지만 나에겐 충분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게 있어서였다.


 지난달 심학원(대안대학원) 과제를 하면서 존경하는 작가들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첫 책'은 있다. 심학원 동기 중에서 이미 출판사와 자신의 책을 출판한 분도 두 분 있었다. 첫 책을 내고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첫 책은 마음에 쏙 들 수가 없다. 문요한 학장님은 올해 열세 번째 책을 냈다. 첫 책을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지난 수업에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쓸 수 있는 글은 달랐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 그분들은 첫 책을 냈기에, 그다음을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처음'이 힘들다. 남편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넌 10년째 제자리걸음이야. 앞으로 나간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걸?"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되려면 100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금 더 조금 더하면 끓을 수 있는데 그전에 그만둔다는 거다. 처음에는 나를 공격하는 말로 들려서 부정했다. 이제는 그 말을 온전히 인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의 부족함이 세상에 드러날까 봐.


 얼마 전 브런치에 올린 글이 1만 뷰를 넘었다. 처음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잘 쓰려고 마음먹고 쓴 글이 아니었다. 그저 있었던 일을 내 생각대로 마음가는대로 올린 글이었다. 공감이 많이 눌러진 것도 아니고, 이웃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생활하다 우연히 생긴 에피소드 중 하나로 되었다. 남편과 딸에게 소소하게 자랑했다. 글을 쓰다 보니 만난 우연이었다.


그렇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매 순간 더 깊어질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 나는 부족하다 자책하지 말고.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였다.


'글을 쓰는 일' 말이다.


글쓰기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쓰자'이다.

핑계 대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꾸미려 하지 말고,


'그냥 쓰자'

내 있는 모습 그대로.


나에게 세상에 나설 용기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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