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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Dec 21. 2023

보부아르 언니가 '제2의 성'을 쓴 이유

제2의 성(1949년)

2023.12.21 목


이 책을 읽게 될 줄 몰랐다. 20대에는 내 관심영역이 아니었다.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 돌봄'이라는 책을 보다가 여러 철학자들을 알게 되었다. 철학자 '보이티우스', '안티폰', '소크라테스', '칸트', '니체', '사르트르', '보부아르', '비에리' 각각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살짝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사르트르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라는 파트가 가장 와닿았다. 이 철학자 중 한 사람을 선정해서 책을 더 읽고 철학상담에 대한 주제에 답을 하는 것이 이번 달 심학원 과제이다.



 보부아르 '제2의 성'을 선택했다. 책 두께에 압도당했다. 과제가 아니었다면 내가 열흘 안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읽어야 했고, 현재도 다 읽지는 못했다.


지난달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서는 김혜남 선생님을 선정했었다. 그분은 '선생님'이다. 그런데 보부아르는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보부아르 언니. 세상에 수많은 여성을 위해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독자로서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실제 어떤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의 생각은 그렇다)


특히 2부에서 여성의 성장과정 부분은 내가 어렸을 때 혼자만 고민했던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 친정어머니는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분이 아니었다. 초경을 시작했을 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월경을 할 때마다 엄마는 화를 내셨던 기억이 있다. 나에겐 불편함이었다. 내가 여성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큰 불편함이 있었다. 그 이후 여러 스토리가 있다.


 내가 나를 여자로 인정하게 된 건 2011년 즈음 성교육전문과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부터다. 친정어머니는 나에게 파란 내복을 입히셨고, 남자처럼 자라길 원하셨다. 사회적 성공을 바라신 것이다. 내면의 저 깊숙한 곳에서 뿌리 깊은 무언가가 심어졌다. 연애도 힘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 외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기차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리고 나를 이해시켜 주었다. '보부아르 언니'의 글이 그랬다. 매력적인 글은 독자의 과거도 수용하게 만든다.


'안나 카레니나'가 내 인생책 중 하나이다. '제2의 성'에서 결혼 관련 내용을 읽을 때는 안나가 계속 떠올랐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했다. 서로에게 솔직하기, 각자의 우연적 연애 존중하기, 서로에게 1순위이기 이 세 가지가 계약 요건이었다. (여러 자료를 보면서 자의적으로 해석) 2년 계약으로 시작한 결혼은 사르트르가 죽을 때까지 유지되었다. 1908년생인 보부아르가 선택한 결혼 내용이다. 당시에는 여자가 결혼하려면 지참금이 있어야 했고, 보부아르 집에는 그러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한 환경이 지금의 보부아르의 글들을 남기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인생에서 어떤 일이든 좋기만 한 것도 없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진정한 사랑은 두 자유의 상호 인정 위에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때 연인들 각자는 자기를 자기 자신처럼 그리고 타자처럼 느낄 것이다. 둘 가운데 누구도 자기의 초월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자기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속에서 함께 가치와 목적을 찾아낼 것이다. 양편 모두에게서 사랑은 자기를 줌으로써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며,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오직 노동만이 여자에게 구체적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우연성, 즉 상대의 부족함, 한계 그리고 그의 근원적 무상성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구원임을 자처하지 않고, 상호 인간적 관계를 희망할 것이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발췌한 구절은 훨씬 더 많지만, 사랑에 대한 구절을 정리하고 싶었다.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40대에.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더 필요한 책이다.


잠들기 전까지 이 책을 더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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