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금요일 밤 즐기는 방법
2024.1.12 금
"엄마, 먼저 보면 어떡해~"
딸은 학원 갔다 오면서 전화가 왔다. 세븐틴 팬인 딸은 요즘 신났다. 학원 가기 전에 스터디카페에 들러서 5시간 공부를 했다고 한다. 낮 12시에 일어난 건 안 비밀이다. 아침은 낮 12시에 먹고 점심은 저녁 6시 즈음 먹고 밤 11시 30분경에 저녁을 먹는다. 예비 고1이다
지난주 금요일 밤부터 TVN에서 나영석 PD가 진행하는 나나투어가 방영되고 있다. 팬클럽인 딸은 풀버전으로 더 긴 버전을 볼 수 있다. 딸은 엄마와 같이 보는 걸 좋아한다. 나는 배신하고 먼저 보는데. 함께 뭔가 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세븐틴은 13명이다. 그중 에스쿱스라는 멤버는 다쳐서 이 여행을 가지 못했다. '꽃보다 청춘' 프로그램 콘셉트로 시작했지만 이들은 2015년에 데뷔해서 제대로 쉰 적이 없다고 한다. 이번에는 힐링 여행이다. 보는 이도 즐겁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그룹이다. 최근 13명 모두 소속사와 전원재계약에 성공했다. 비결이 뭘까.
엄마인 나도 사십즈음부터 보이그룹을 좋아하고 있다. 규현이 속한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다가 준호의 2p.m. 을 한 동안 좋아했다. 지금은 쉬는 중이다. 그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세븐틴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각자 개성이 있지만 함께 있을 때는 서로를 배려한다.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다음 날 아침, 삼삼오오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7명이서 샌드위치도 먹고, 에스프레소도 먹는데 "메뉴 통일해 주세요."라고 했다. 그동안 경험으로 각자 욕구를 매번 발현하기보다는 통일하고 적응하는 걸 선택했다고 했다. 그들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미묘한 감정 부딪힘을 느낄 수 없다. 서로를 끊임없이 배려한다.
또 한 가지, 서로에 대해서 좋은 말을 쓴다. 강한 언어를 쓰는 멤버가 없었다. 아파서 함께 여행을 오지 못한 에스쿱스가 염색을 했다. 영상통화 너머로 12명의 멤버들이 모두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다. 같이 저녁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요리를 잘하는 멤버들이 저녁을 준비한다. 사이가 좋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침묵 속 외침이 이라는 퀴즈활동을 하는데, 서로의 취향을 알아야지만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꽤 있었다. 단어 하나만 말해도 맞추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 배려가 9년째 함께 큰 트러블 없이 보이그룹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슈퍼주니어, 2p.m. 도 현재 남은 멤버들끼리는 그러한 연대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처음 멤버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방법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븐틴은 멤버운이 좋다. 아니면 서로가 정말 많이 노력했던 것일지도.
가족도 그렇다. 부부도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모든 면에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100퍼센트 상대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가족, 함께'라는 큰 가치를 선택했기에 다른 부차적인 것이 따라온다. 뭐든 하나를 선택하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말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도 그렇지 않은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오래 유지되는 보이그룹은 서로에 대한 관심, 애정, 배려라는 토양에서 좋은 결과를 피워내고 있었다.
당분간 금요일 저녁은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