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기들과 만남
2024.2.14 수
"00쌤, 다음 주 시간돼요?"
반가운 전화다. 1월 31일에도 전화가 왔었다.
"쌤~, 내가 지원서 쓰다가 선생님한테 더 맞는 자리인 거 같아서."
과열경쟁시대에, 선생님은 반대로 행동한다. 본인이 지원서를 작성하다가 내가 생각나서 중단하고 전화했다고 한다. 올해는 풀타임 근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선생님이 더 아쉬워했다. 결국 그 자리에 지원하셨고, 그분이 합격했다고 연락이 온 거다. 발끝에서부터 진심으로 축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사실 그 분과 이렇게 친하게 지내게 될 줄 몰랐다. 대인관계에서 '불안'은 나에게 핵심감정이다. 누군가 만날 때 내 마음이 안전한가 아닌가 계속 생각한다. 대학원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에서 같은 조였다. 처음에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불편했다. 나와 정말 다르다 느꼈던 그 선생님은 핵심감정이 같았다. 마음속에 품은 불안은 같지만 발현되는 모습이 달랐다. (에니어그램 2w1, 2w 3차이었다)
내 마음의 문제였다. 선생님은 2020년 이후 5년째 같은 모습을 보인다. 내가 그분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혹시 나에게 상처 줄 사람이 아닐까?' 하는 불안 시선으로 봤다면, 지금은 '이 분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구나!' 느껴진다. 내일 대학원 동기들을 만난다. 그들 앞에서 나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불안하지 않다.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든지 나를 응원해 주는 마음이 느껴진다.
오후 5시, 또 한 명의 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아니 있잖아요." 이렇게 시작하는 그녀의 말들.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20대 상담사인 그녀는 사회초년생이다. 고충을 이야기하면 나는 듣는다. 그녀가 잘한 부분을 칭찬한다. 그리고 잘 버티고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묻는다.
"선생님, 인지적으로 이야기할까요? 정서중심으로 공감할까요?"
그녀는 매번 말한다.
"선생님 편한 대로요."
그녀보다 삶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먼저 사회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최대한 그녀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이야기한다. 또 연결감을 느낀다. 20년도, 21년도, 22년도, 23년도 서로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20대와 40대지만 친구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전화기 너머로 눈물을 닦은 그녀가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또 묻는다.
"선생님, 그래서 우리 언제 봐요? 3월에는 볼 수 있는 거예요?"
연결감을 느끼는 안전한 사람들을 참 좋아하는데,
만나는 건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인데도 그렇다.
올해는 '자기 관찰'이라는 키워드로 살아보려 한다.
'사람'과 '만남'이라는 카테고리에는 어떠한 관찰들이 쌓일지, 기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