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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Jan 17. 2024

대화의 순간

서로 상처받는 순간에 대한 기록

2024.1.17 수


오전 5:50-6:50 1시간 걷기


 월요일 눈을 뜨니 남편은 없었다. 이미 걷기 운동을 간 것이다. 다음에는 같이 가자고 요청했다. 올해 각자의 목표 중 겹치는 부분이 생겼다. 체중 감량이다. 작년에 각각 다른 이유로 체중이 증가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도 잘 유지했었는데, 우리에겐 작년이 고비였다.


 나는 전세자금을 돌려받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밤마다 맥주에 간단한 안주를 먹고 잤더니 체중이 증가했다. 남편은 코로나 19 관련 예방접종 후 오십견 증상이 와서 어깨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었다. 원하는 만큼 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힘들었고 그 결과로 제중이 증가했다. 나는 임신 출산 이후 최대치 몸무게를 찍었고, 남편 또한 결혼 이후 최대 몸무게이다. 옷정리를 하면서 예전 옷들을 모두 정리했다. 심지어 작년 옷도 맞지 않아서 충격이다. 생활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나에게 좋은 선택이다.


그러므로 체중을 감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을 뜨면 아침 운동을 간다. 

이 행동에 세부적인 실행계획은 남편이 세웠다. 일정 구간은 빠르게 걷거나 뛰고, 이후는 편하게 걷고 다시 신체 감각이 안정화되면 다시 뛰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걷기 운동이 유산소운동이 아니므로 칼로리 소모를 극대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선택한 것이다. 체육 부전공인 남편의 의견이므로 적극 수용했다. 이제는 실행만 남았다. 


두 번째는 식단 조절이다. 

남편은 어제저녁 닭가슴살과 채소, 육포 3개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보다 체중이 500g 감소했다고 한다. 월요일 걷기를 했다면 당일에 바로 체중감소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 며칠 뒤에 효과가 나는 것이다. 남편은 월요일 걷기를 했으므로 화요일 밤, 수요일 오전에 그 이득을 본 것이다. 나는 매일 체중을 재고 있지는 않다. 언제부터 체중을 잴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눈으로 봐야지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지금 일생 최대치 몸무게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힘들다.


이렇듯 우리 부부는 현황 분석, 현실 문제 대책 세우기에는 능한 편이다. 하지만 감정 알아차리고 나누기, 유연한 대화 이어가기는 약한 편이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운동에 대한 목표 설정, 실행 세부계획을 세우고 나누는 데는 의견 다툼이 없었다. 더 잘하고, 잘 아는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일상대화를 그렇지 않다. 오늘 대화에서 부딪힘은 '어디에서 자신의 감정이 상한지 인지하고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남편이 주로 쓰는 대화의 패턴은 이러하다. 다른 문장들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뉘앙스만 기억나기에 또렷하게 인용할 수 있는 문장하나를 기록해 두려 한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뭔가 챙겨가야 할 것들이 있었다. 나는 담아갈 수 있는 종이가방만 전달하고, 깨질 수 있는 물건은 뽁뽁이로 감쌌다. 나머지 물건들은 남편이 넣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서 배웅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식탁에 돌아와서 앉았더니 물건 하나를 두고 간 것이 아닌가? 남편에게 전화하니 통화 중이었다. 이후 연락이 되어서 두고 간 물건을 말했더니 그런다.

"그럼 네가 잘 챙기지 그랬어?"

예전에는 딱 이 포인트에서 싸웠다. 나를 탓하는 그의 말투에 기분이 상했고, 즉각 반응했다. 그건 네가 잘 챙기지 않아서 빠뜨린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을 것이다. 이제는 관찰로 상황을 보고 그에 맞추어 대답하려고 한다. 

"자기가 물건을 챙겨 넣길래 나는 다 넣은 줄 알았지."

이렇게 대답하고 나니 나에게는 억울함이 없었다. 내 생각을 온전히 그대로 전달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오늘 일정이 바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정이 있는지 알려주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추측건대 남편이 바쁘게 나가는 바람에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말을 전달하려나보다 싶었다. 

"그랬구나. 오늘 잘 다녀와."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걷기 운동을 함께 할 때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네가 못해서 그렇지.'라는 의미가 담긴 말은 나를 비난하는 말투로 들린다고 전달했다. 남편은 내가 기분이 나빠지면 말하는 투가 있는데 그게 기분 나쁘다고 했다. 난 오늘 아침에도 이번에도 각자의 내적 세상이 다르다는 걸 전달하려 했고, 남편은 그 부분을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 남편의 세상이 옳고 내가 맞추어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에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어떤 부분에서 우리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지 발견했다. 상대의 말을 나를 향한 비난과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온전히 그대로 관찰하려 노력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한 달간 남편과 대화에서는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려 한다. 

'상대의 말, 생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해석한 그의 말은 이랬다.

'나의 세상에 너를 기꺼이 초대하고 싶어.'이다.


그가 나를 초대하려는 이유는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남편이 상처를 받았던 이유는 그의 세상을 내가 온전히 인정하지 않아서였다. 

오롯이 자신만의 모습 그대로 내가 받아들이길 원했던 건 아닐까.


오늘도 '함께'였던 순간을 기록해 둔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로부터 입수된 준원 서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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