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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Sep 04. 2022

운전 중 눈물

<서랍속 글들 : 2021.10.26 작성 글>

서랍속에 두기 보다 지난 사진을 꺼내어 다시 정리하는 마음으로 발행합니다.



올해 두 번째 눈물

 운전 중에는 대부분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튼다. 보통의 날들은 언어를 듣는다. 일년에 몇 번만 감정을 울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사연의 어떤 내용이 내 감정의 수도꼭지를 틀어버린다.


오늘도 그렇다.

 집에서 스터디카페로 출발 전, 라디오에서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음악이 흘러나왔다. 심규선의 부디였다. 운전하며 이 음악을 듣는데 눈물이 샘솟듯이 흘러나왔다. '이 감정은 뭘까?' 생각했다. 몇 달 전 눈물이 깨달음이었다면, 오늘은 억울함이었다. 지난 세월들이 영화처럼 머릿 속에 지나갔다. 그 속에서 억울함이 크게 보였다. 매순간 애쓰고 있는 내가 보이는데, 모진 말들, 나를 깎아내리는 말들이 가슴 속에 박혀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이 감정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동안 이 기억의 바다에서 헤엄쳐다닐거 같아서, 브런치에 들어왔다.


과거를 떠올리다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교육분석을 받았다. 그 동안에는 이런 감정들을 나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학기에는 나의 선생님이 학교에서 수업을 하시게 되어 이중관계로 상담을 종료했다. 마침 상담이 종료될 시기이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온전히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 억울함으로 포장된 내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올해 마흔탐색기의 마지막 과제가 될거 같다.

 

눈물과 논문

 다른 이들은 논문을 쓰면서 자기 문제들이 떠오른다고 하던데, 나는 나름 잘 지나갔다. 그 전에 충분히 다루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를 보니, 지금 이렇게 떠오른다는 말이구나 싶다. 미루고 싶고, 회피하고 싶은 큰 산이 있으니, 다른 것들을 끄집어 내어서 해결하려고 하는 마음이다.


눈물과 논문, 초성이 같은 비슷한 단어로 느껴진다. 적다가 보니, 내가 오늘 왜 억울함이 떠올랐는지 깨닫았다. 스터디카페까지 와서 논문을 쓰기 싫은 거였다. 지금 당장 자리로 가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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