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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ug 07. 2022

마흔살 탐색기 마지막 글

내가 알게된 것들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이용

이번 글은 지난 글과 이어집니다.


나와의 거리감

 하루의 시간을 확실한 것들로 꽉 채우려했다. 카카오톡에는 나에게 톡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나와의 톡방에는 하루에 내가 해야 할 일들로 차있다. 습관만들기 온라인 모임에 3년 넘게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루에 내가 해야할 일들을 빼곡히 적었다. 숨쉴 수 있는 시간을 겨우 두고 말이다. 그렇게 하니 가까운 사람과 거리감이 생겼다. 내 생각대로 내 시간을 사용하지 않으면, 화가 났다. 이유가 있었다.


나의 상담선생님과 40회기 넘는 만남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통제감과 유능감 때문이었다.


 타인을 통제할 수 없으니, 나를 통제하려 했다. 특히 내 시간을 통제함으로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구나' 매 순간 확인하려고 했다. 나는 모호함을 견디기 위해서 통제하려 했던 거였다.

 내가 처음 접하는 영역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유능감을 단시간에 느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 읽은 <마스터리>에서는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단조로움 속에서 실력이 쌓여서 유능감을 느끼는 마스터리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짧은 시간 수월하게 배우는 사람은 오히려 그 영역을 빨리 그만둘 확률이 높다고도 표현하였다. 


내 패턴분석

1) 짧은 시간 유능감을 느끼고자 함 -> 초반에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는다.

2) 일상생활에 무리가 될 만큼 일정을 잡는다. -> 내가 당연히 해낼 수 있을거라 착각한다.

3) 타이트한 일정에 맞춰가다가 몸에 무리가 온다 -> 이 분야를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4) 나와 맞지 않는 영역이라 결론 내린다. -> 그만두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간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니, 스스로 유능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이런 사람인가보다.' 좌절했다.


그리고 마흔무렵에도 진로탐색을 계속하게 된 이유였다.


나의 마흔 탐색기는 진로탐색과도 맞닿아 있었다.


2020년 9월 - 2022년 8월까지 마흔살 자아탐색기 열한편의 글을 쓰는 동안 내린 결론이다.

최근에 마침표 두개(졸업과 퇴사)를 찍게 되어 애도 과정을 거치며 뚜렷해진 부분이다. 


 이 글들을 쓰는 동안 나에 대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부분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나는 몇 가지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 그렇게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나를 쌓아갔던 부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었지만, 한 분야에서 마스터리가 되지는 못했다. 마흔 무렵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알게 해주었다.


일단은

1)채우려고 하지 말자.

시간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였다. 쌓아가는 것이었다. 


2)여유를 가지자.

빨리한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초반에 잘한다고 해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건 아니었다. 결국에는 시간이 흘러도 그 방향으로 계속 길을 걸어가는 사람, 남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었다. 


3)지금이로도 충분히 괜찮다.

꼭 뭔가 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노력해서 내 기준에 만족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나는 나로서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자.


지난 3개월 보고서를 쓰면서 좋아하는 구절이 생겼다.


문서를 끝맺을 때 마지막 문장이나 붙임문서 목록 뒤에 마침표를 찍고 두 칸 띄어고 끝이라고 적고 다시 한번 마침표를 붙이는 것이다.


.  끝.


이렇게.


뭔가 시작하면, 끝맺음이 있어야 했다. 시작은 많았지만, 끝은 희미했던 지난 날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

마흔살 자아탐색기는 이걸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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