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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Sep 17. 2022

또 다시 똑같이

삶에서 반복되는 패턴에 대하여

(서랍속에 있던 글을 발행합니다. 2021년 4월 작성했던 글)


 글을 쓰며 위로로를 받는 사람이라는 걸 잊고 살았다. 몇 달 전 문장들을 읽는데,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글을 놓았다. 그 사이 화, 목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논문쓰는 학기가 시작되었다. 


두려움

이사가 결정되었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기록하지 않았으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상담선생님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어렴풋한 기억은 있다. 1월 ZOOM으로 교수님을 만났다. 내년 2월 졸업하려면, 논문을 시작해야하는 시점이었다. 그때 기분을 떠올려보면 이렇다. 한글을 모르는데, 글 한편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올라왔다. 지금 떠올려보니, 나는 그럴 때 같은 패턴을 보인다. 두려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회피하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회피행동으로 한 동안 아이돌 팬 덕질을 했다. 유투브로 예전 영상까지 찾아봤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덮어두려했다. 


의존

상담선생님이 3월 상담에서 딱 만나게 해준 부분이다. 그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난 달에 더 크게 다가왔다는 표현이 맞겠지. 두려움이 커지니까, 내가 생각이 굳어버렸다.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해결해줄거야.'

이렇게 지난 39년을 살아왔다. 상담선생님이 그랬다. "누구보다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의존적으로 살아왔을까." 정확히 이 문장은 아니였지만, 이러한 의미였다.


조언

"논문을 쓰면 개인적인 문제들이 올라와요." 

올해 1월, 교수님과 미팅 후, 두려움에 휩싸였다. 혼자서 내가 논문을 써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자주 들어가던 온라인 카페에서 스터디 모집하는 글을 읽고 신청했다. 그 후, 새벽에 일어나서 줌에서 만나 논문을 함께 서나가는 동료가 생겼다. 논문은 각자 써나가는 일이다. 하지만 함께 한다는 건 큰 힘이 되었다. 한달에 한 번, 각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한다. 이번 달에 난 많이 힘들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걸 부담으로 느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우적거렸다. 정보는 많고,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고.

현재 멤버 중 논문 마무리 단계인 분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논문을 쓰면 개인적인 문제들이 올라와요." 

며칠 동안 이 문장에 온 몸을 헤집고 다녔다. 어떤 사람은 가족 문제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과거 기억일 수도 있다고 그랬다. 나는 내 삶의 패턴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패턴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할 수 없어.' 이 마음에 두려움이 올라오고,

문제를 일단 회피한다. 그리고 해결을 위해 누군가에게 의지한다.


공부나 시험 같은 영역은 끝나는 시간, 해야할 부분이 정해져있다. 물론 힘든 부분이 있지만, 집중해서 그 시간동안 해내면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안다. 돌이켜보면, 특히 모르는 영역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살면서 살펴보면, 새롭게 하게된 어떤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때마다 멈추어섰고, 돌아가려고 했다.


이렇게 깨닫은 이상, 이제는 문제를 피하지도 덮어두지도 않기도 마음 먹었다.

문제를 마주하고, 그 중간을 지나가기로.




2022년 9월 현재의 내가

2021년 4월 글을 작성했던 나에게 쓰는 편지


그때의 나에게.

다행히 그 두려움을 안고 졸업을 했단다.

예상보다 한학기를 더했지만.


문제를 피하지 않고 덮어두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던 너를 칭찬해.

수고했어.


그런데 졸업식에는 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니,

삼십대 초반의 과거 기억과 또 마주하게 되었네.


이제는 교육분석도 마무리 되어서, 

상담선생님과는 함께 융텍스트 읽기 멤버로 만나고 있어.

안부문자도 주고 받고.


삶을 살아가며 인생 선배님 한분이 더 생겼어.


그리고 이제는 고민이 생겨도 상담실에 가지 않고

혼자 마주할 만큼 힘도 생겼단다.


그때 이렇게 글을 남겨주어 고마워.

덕분에 2022년 가을 밤에 

2021년 고민이 많았던 너와 마주할 수 있으니.



그리고 이제는 과거 패턴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 서랍속의 글을 발행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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