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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Nov 24. 2022

결혼할 때 준비해야 하는 것

로단테와 스타티스 2화 : 만남에서 결혼까지

  

첫 시작, 만남


 2007년 4월 3일 식목일 기념으로 회사에서 작은 묘목 나누어주는 행사를 했다. 대추나무와 단풍나무였다. 우리 집까지 거리는 50km가 넘고, 버스와 지하철 환승만 2번 해야 했다. 나와 인연이 된 이 나무들을 집까지 들고 갈 방법이 없었다. 그때 같은 사무실 직원이었던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왠지 도와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같이 다닌 회사 풍경 일부

 되돌아보면, 그에게 내 삶을 기대고 싶었나 보다. 사무실은 수영장 건물 2층에 있었다. 임업직 7급으로 입사했던 나는 사무실 근무보다 현장 근무가 많았다. 한여름에도 근무복 착용, 모자와 선글라스는 허락되지 않았다. 당시 근무하던 공원은 1, 2차 개장 면적 모두 합쳐서 110만 평이 넘었다. 그날은 현장 가서 작업 확인도 하고, 현재 생육하고 있는 다년생 초화류 상태를 조사해야 하는 날이었다. 문을 열고 나자마자, 더운 열기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1층 수영장 건물에서 젖은 머리를 한 수강생들이 이야기하며 걸어 나왔다. 오전 10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부러웠다.

'이 시간에 수영장에 갈 수 있다니.'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눈앞에 그가 나타났다. 그러면 나를 먹여 살려줄 것 같았다. 당시 아버지는 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엄마는 앞으로 다가올 경제적 상황을 두려워하셨다. 그 이후 그는 거의 매일 50km가 넘는 거리를 데려다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에게 최선을 다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만날수록 점점 더 많은 걸 바라게 되었다. 나에게 자상했으면 좋겠고, 주말에 놀러도 갔으면 좋겠고, 연락도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상대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인지 고려하지 않았다. 

 연애가 거의 처음이었던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예비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는 반대하셨다.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셨고, 우리는 결혼했다. 이제 매일 왕복 100km 넘는 거리를 오가지 않아도 되었다. 



결혼

 4월에 만나 12월에 결혼한 우리는 한 집에 살게 되었다. 남편은 그전부터 살았던 집이니, 시댁 식구들과 남편이 사는 집에 내가 들어가서 살게 된 거다. 결혼하면 핑크빛 미래가 기다릴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스물여섯의 나는 결혼하면 나의 상황이 바뀐다는 걸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부모님을 떠나서 생판 남인 다른 사람과 사는 거였다. 그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스스로 수없이 질문해야 했다.


'나는 저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지나고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과 함께 살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

굶어 죽는 건 사실 참 어려운 일이다.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직장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상상하기에는 극한 상황이었다. 내가 남편에게 바랐던 건 내가 굶어 죽지 않게 해주는 거였다. 내가 결혼해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며,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참 순진했다. 아니 자기 자신도 잘 모르고 결혼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사람이었다.

 그러니 싸웠다. 나는 공주 대접받는 궁전을 기대했는데(뭘 했다고?),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하물며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과도 의견에 부딪힘이 있었고, 피를 나눈 형제 와도 종종 싸웠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기대했다. 나를 이해해줘야만 한다고 강요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당시 나는 남편이 아니라 자상하고 여유로운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이 남자와 살면 행복할 거야.'

이렇게 생각한 건 나 자신이었다. 결혼 후 남편과 자주 싸우게 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남자와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느끼는 것도 나 자신이다. 혼자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했다. 기대하고 실명하고 원망했다. 


연애와 결혼 사이에는 '나 자신'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다. 결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 준비였다. 


집을 어디에 구하고, 가구를 뭘 사고, 냉장고는 어떤 디자인에 전기밥솥은 몇 인분 짜리를 사는가?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삶에서 일상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내 마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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