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21 월
흩날리지 않아서 좋았다. 이토록 선명한 분홍색인데, 꽃잎이 겹겹이 쌓여있으니 더 돋보였다. 길을 중심으로 한 쪽은 벚나무, 반대편은 겹벚꽃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겹벚꽃을 오해했었다. 유난스럽다, 고 느꼈다. 벚꽃 잎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 자리를 존재감 뚜렷하게 메우려는 관종(?) 같은 나무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내 마음대로 해석했던 거였다. 이렇게 모여서 핀 겹벛꽃길을 만나니,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했다.
피어난 꽃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동안 오해했었네. 내 마음대로 생각해 버렸어.’
4월의 유독 뜨거운 햇살 속에서 겹벚꽃은 빛났다. 그 순간을 마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2025년의 봄은 겹벛꽃의 빛으로 기억될 거 같다.
오늘 상담실 속 내담자들도 그랬다. 1회기, 2회기, 3회기… 회기 수가 쌓일수록 각자가 가진 마음들을 꺼내놓았다. 내담자들이 상담실에 올 때 품고 오는 마음의 어려운 점들이 있다. 우리는 ‘호소문제’라고 한다. 가만히 호소문제를 듣다가 보면, 그 아래 진짜가 있다. 밑마음이다. 그 마음들이 이리저리 자극하면서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첫 번째 내담자도 그랬다. 표면적으로 마음을 어리럽히던 안개들이 걷히자, 진짜 고민이 드러났다. 반가웠다. 하마터면 내담자의 주호소문제를 오해할 뻔했다. 주말에 만났던 겹벚꽃이 생각났다. 벚꽃이 지고, 겹벚꽃이 피어났듯이.
그 내담자와는 1회기도, 2회기도, 3회기도 아니 4회기까지 함께 울었다. 이토록 반짝이고 예쁜데, 왜 자신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과거 그녀의 기억 속에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애처로워서. 그녀가 흘린 눈물에 나도 내 마음을 담아서. 참고 참고 참다가 마지막에 한 회기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매번 참지 못하고 흘러내려버렸다.
흩날리는 꽃잎들이 바닥에 모이면, 어두워진다.
내담자의 마음에도 어둠이 드리워있었다. 앞으로 그 마음들을 하나씩 만나갈 예정이다.
두 번째 내담자는 현재 자신에게 소중한 인연을 꺼내놓았다. 오프라인 친구들은 자신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였다고 했다. 생일에도 챙겨주지 않았던 친구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생일 선물에 울컥 놀랐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도 울컥 올라왔다. 이제는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안도감도 함께. 햇빛에 반짝이던 겹벚꽃이 떠올랐다.
그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내담자가 자기 모습대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 번째 내담자, 누군가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서 매 순간 노력하면서도 지금 부족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내담자였다. 칭찬 듣기를 비난을 듣는 것보다 더 힘들어했다.
내담자가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벚꽃보다 늦게 피지만 겹겹이 쌓인 꽃잎이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는 겹벚꽃처럼 말이다.
주말, 산책길에서도
오늘, 상담실에서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들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다.
내 삶에 들어와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