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나무
2022.12.4
공원을 만들려면, 부지를 선정하고 땅의 모양에 맞게 설계도를 그린다. 공원 내 길뿐 아니라 나무의 위치도 정해둔다. 어떤 나무를 심을지도 미리 선정한다.
그 나무가 자랐을 때 어떤 공간이 될 것인가 상상하며 도면을 그린다. 그래서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있던 나무를 없애기도 하고, 살려두기도 한다.
여기는 공원이 생긴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화장실 옆에 새로운 나무를 옮겨 심었다. 강한 바람에 행여나 넘어질까 완전히 활착이 될 때까지 삼발이를 해두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파릇한 싹이 보였다.
쪼그리고 앉아서 자세히 보니 베어버린 나무 둥지 옆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다. 사철나무다.
사계절 푸르고 잎에 광택이 있으며 둥근 편이라 눈에 잘 띄었다.
원래 있던 나무를 벤 것일까.
아니면 심었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보수공사 때 다른 나무로 심은 걸까. 주변 수종을 보니 도면 작업할 때 바뀐 듯하다.
멀쩡한 나무를 베었을까.
가만히 앉아 상상해본다.
과거야 어찌 되었든 지금은 싹이 다시 돋아나고 있다.
초록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과거 어떤 시련을 겪었든,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떻게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고독함, 외로움, 힘든 감정에 짓눌려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뿌리에 남은 힘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잘린 줄기 옆에서
희망이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