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오늘 NVC(비폭력대화) 연습모임 마무리 노래로 JTBC "뜨거운 씽어즈"에서 김영옥 선생님이 부른 노래를 들었다. 그분은 1938년생 출생의 현역 배우 중 최고령이다.
이 노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팝페라테너인 임형주가 불렀을 때는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오늘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치 내가 죽어서 저 하늘 위에서 남은 이들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2016년 한 장면이 떠올랐다. 둘째가 3살이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답답함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날엔 아홉 살 첫째에게 둘째를 잠시 맡겨두고 딱 30분 동안 커피 한잔을 마시고 왔다. 나를 살리는 시간이었다. 그날도 단골카페에 포레스트를 한잔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는데 멀리 큰 덤프트럭이 보였다. 어두운 밤에 다 가로등이 별로 없는 거리였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길 중간에 있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날이후 난 언제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고 살았다. 내일이 내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후회가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당장 죽는다면 무얼 가장 후회할 것인가.
그 후로 6년이 지났다. 오늘 NVC 연습모임에서 그날의 기억을 다시 소환해 주었다.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그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열심히 하되,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이 추가되었다. 애쓰다가 죽으면 그 또한 후회할 거 같았다. 나는 이렇게 내 안에 머물러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임의 다른 언니가 말했다.
"내가 죽었을 때 누군가 조문을 온다면 즐거웠던 일들을 한 가지 정도 떠올려주었으면 좋겠어."
이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언니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말하고 있었다.
우연히 본 영상도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최진석 교수님께서도 그랬다고 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근원적인 기억은 10대 후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였다고. 십 대부터 사십 대 후반까지 잠들기 직전에 죽음에 대한 심한 공포를 느끼며 사셨는데, 내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항상 알게 해 주었다고 했다.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건, 더 잘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노력의 힘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었다.
최진석 교수님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두 문장을 질문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깊이 살피는 사람은 어떤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두 질문은 사실 하나라고.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오늘 결정들이 진실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동안 나는 '현재가 선물이다'는 문장을 중심으로 살아왔다.
오늘 '천 개의 바람' 노래와 이 영상 '죽음을 마주해야 삶이 우뚝 선다'을 만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가 선물이다'를 중심에 두었을 때는 주어진 것을 잘 받는다는 느낌이었는데,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니 내가 더 명료해지는 느낌이었다.
풀어진 나사를 단단하게 조이는 느낌이다.
"삶과 죽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이 죽음을 의미 있게 하고 죽음이 삶을 삶으로 살려낸다."
한동안 최진석교수님의 이 문장을 되뇌며 살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