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돌보기
버크만 진단검사를 하게 되었다.
수요일 저녁엔 일정이 3개가 겹친다. 매주 진행되는 일정들이라, 고민이 많았다. 하나는 수업이고 다른 요일로 변경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실강은 무료인데, 녹화본을 받으면 비용이 발생한다. 녹화본을 신청해서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수요일 저녁에 일정이 하나 더 겹치게 되어서 고민이 된다. NVC연습모임을 2월 한 달 동안 빠지기로 했다. 4주 특강이니 그 기간 동안만 빠지면 된다. 일단 대안을 먼저 찾아보고, 우선순위대로 일정을 정리했다.
녹화본을 받아서 수업을 듣다가 '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싶었다. 심리검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우선 나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도 하고, 심리검사 결과를 눈앞에 입체적인 사람의 일부를 드러나게 해석하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다. 또한 진단도구로 활용될 때는 과학적으로 구성한 심리검사에 놀라기도 한다. 상담전공이다 보니 그동안은 TCI, MMPI, MBTI 등의 검사와 익숙했다.
버크만 진단검사는 상담 쪽이 아니라 코칭, 강의파트 블로그에서 만나게 되었다. 회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진단도구라고. 즉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및 한 개인의 이해, 흥미, 스트레스 상황 등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유용하다고 했다. 하지만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랐다. 결과지는 간단한데 해석자의 능력치에 따라 한 사람을 볼 수 있는 깊이가 달라졌다.
내가 몰랐던 나
나름 심리검사 도구를 통해 나를 꽤 많이 만났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수업에서 심리검사 과제를 하며 자기 분석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고, 대학교상담센터에 수련상담원을 하면서 한 주에 심리검사 1개당 2~5장까지 자신의 검사결과를 세밀하게 해석해서 보고하는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었다. 심리검사와 관련된 세미나는 챙겨 들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검사도구마다 한 개인의 여러 가지 면 중에 측정하고자 하는 면이 달랐다. 이번에 버크만 검사도 그랬다. 분명 진로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 등 관련해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 해석상담을 신청했는데, 다른 면도 드러났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 나 사이에 있었던 여러 가지 장면들이 지나갔다. 영화 필름처럼. 일단 나는 숫자에 약하다. 그저 내가 싫어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아니었다. 우리는 그랬다. 장을 보고 오면 각 상품의 가격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 안 나는 거다. 남편은 이 부분에서 알레르기 반응처럼 민감하게 반응했다. 너는 그렇게 공부를 좋아하는데 이 가격 하나 기억 못 하는 건 신경을 안 써서 그런 거라고.
해석해 주시는 소장님은 아내분이 나와 비슷했는데, 가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소장님은 버크만 진단검사 공부를 하면서 아내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많이 노력하면 개선도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이제부터 돈공부를 하면 어떨까.'하고.
몰랐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약한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마음만 먹으면 된다.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하자.'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니 앞으로 할 일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
또 기록해두고 싶은 한 가지는 나는 타인에게 감정적 공감을 생각보다 더 많이 바라고 있다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받아들이는 폭이 넓은 사람이었다. 숨기거나, 거짓말하거나 빙빙 돌려 이야기하는 걸 생각보다 훨씬 더 싫어하고 있었다.
이 검사가 특이한 점은 내가 생활하고 있는 모습, 내면에서 바라는 모습, 스트레스 상황 등이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해석을 이미지화해서 잘 전달하면 내담자의 자기 이해를 돕는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예전에는 못할 거 같으면 아예 포기했다.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 있겠나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실수해도 된다.
다만 나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나를 돌보는 방법
나에게 딱 맞춤 처방전은 "뮤지컬 보기"였다. 그래서 어제 두 아이와 뮤지컬을 보고 왔더니 삶의 활력 충전!
돌이켜보면 20대에는 뮤지컬도 꽤 보러갔다. '오페라의 유령'은 또 보고 싶고 '지킬 앤 하이드'는 지금도 '지금 이 순간'을 찾아들으며, '아이다'는 웅장함에 압도 되기도 한 기억이 있다. 이 이외에도 소극장 프리뷰공연등 내 삶의 한켠을 채워주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 삶을 살아가느라. 인생의 우선순위대로 하나씩 하나씩 숙제처럼 해나가느라 말이다.
이 검사 이후에는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항상 후순위로 밀려났었던 즐거움을 Top3 안에 들도록.
즐거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를 돌 볼 수 있는 건설적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