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출처 : 이어령의 마지막수업
오늘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을 펼쳤다. 글을 쓰기 전에 한 줄이라도 책을 읽자고 마음먹었다.
낮에 NVC연습모임 언니들을 만났다. 사실 다른 일정들이 가득해서 도저히 지인을 만날 틈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아프고 보니, 이게 다 뭔 소용인가 싶었다. 1월 말 이사 직전에 허리를 삐끗한 후 치료를 바로 받지 않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결국 몸에서 신호를 보냈다. ‘제발 쫌 쉬어.’라고.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도 그랬다.
2019년이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 해였다. 아직도 그건 글로 쓸 수 없다. 얼마나 자가치유를 해야 글로 쓸 수 있을까.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상처가 하나 더 나버렸다. 난 앞으로도 19년과 22년은 잊지 못할 네 숫자로 마음속에 남게 될 듯하다. 그래서 눈물이 방울방울이 되었다.
나는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어야 남들에게 꺼내놓는 스타일이다. 다행히 상담을 공부하게 되면서 ‘교육분석’이라는 안전한 상황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상담은 대일밴드이고, 마데카솔이다. 상처가 나자마자 치료할 용기를 얻게 해 준 안전한 관계이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안전한 대상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아무튼 오늘 만난 두 언니 중 한 명은 나에게 상처를 받은 언니였다. 엄연히 말하자면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느껴서 방어하고자 한 태도에 그 언니가 상처받은 것이다. 나는 그 관계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었고, 그 언니가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했었다. 5년이 지났다. 그 언니가 물었다.
“그때 왜 그랬대~? “
물결무늬를 꼭 넣어야 그 언니의 뉘앙스가 전달될 거 같았다. 그 물음을 듣고 보니 눈물방울이 떠올랐다. 그때 내 상황이 생생하니 떠올랐다. 그 방울하나가 얼마 전 수퍼비전에도 이어지는 그 기억이고, 오늘 이 언니와 관계에도 연결되는 거였다. 눈물은 깊다.
이어령선생님의 말씀을 오늘도 인용하려고 한다.
“줄줄 흐르는 눈물이 있고, 방울지는 눈물이 있네. 눈물 한 방울은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거야. 눈물방울은 눈물 하고는 다른 걸세. 하나둘 셀 수 있어. 방울이 되면 음향이 되고 종소리가 되지.”
“서양에서는 눈물방울처럼 생긴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제일 비싸게 쳐주죠.”
“눈물값이 그렇게 비싼 거야.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 주다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214쪽>
눈물은 흐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방울은 소리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읽기 전에는 눈물 한 방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눈물 한 방울의 의미.
어쩌면 내 삶에서 눈물 방울방울은 꼭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번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두 방울이 될 줄 몰랐었더랬다.
그래도 한 방울을 품고 나니, 두 방울도 받아 들 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언니에게 그때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설명했다. 내가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고, 가슴에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을 도와주려 했다는 것을.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는 걸,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그랬다는 걸 전달했다.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언니가 그때 내 상황을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상황과 그때 그 언니의 마음에 대해서 전달해 주었다. 나에게 상처받은 언니는 사실은 나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거였다는 것을. 5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집에 와서 돌이켜보니 오늘도 내 변명만 하다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언니는 몸이 많이 아팠던 과거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도 몸이 좋지 않아서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런데도 오늘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둘의 성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표현 방식이 달라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착유형이 달라서 만들어진 시간들이었다.
그 언니는 놓지 낳고 지속적으로 나에게 연락을 했다. 잊을만하면 연락하고. 덕분에 나는 몇 년에 걸쳐서 오해를 풀고 안전한 관계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언니가 안정 애착이라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만간 다른 글에서 애착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날이 있겠지.
오늘은 아무리 해도 어깨가 말을 듣지 않아서 여기까지 적고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아플 때는 안 아플 때가 어땠는지 잊어버린다.
안 아플 때는 아플 때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까먹는다.
언젠가는 나의 눈물방울방울이
어땠었는지 잊어버리는 날도 오겠지.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