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는 재산
오늘 글감이 '재산'이다. 흠, 나에게 재산이 뭐가 있나. 예전에 유일하게 내 명의로 되어있던 차도 이제 넘기고, 도대체 무엇이 있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낮에 쓰면 되는데, 미루고 미루다 밤 11시 노트북 앞에 글 쓰려고 앉는 건 이건 또 뭔가.
(오늘은 아무래도 하소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일단 나에게 있는 '재산'을 3가지로 정리해 볼까.
재산이 뭔지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1) 재화와 자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개인, 단체 국가가 소유하는 토지, 가옥, 가구, 금전, 귀금속 따위의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이른다.
2) 소중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동산, 부동산 외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권리 및 의무의 총체. 적극적 재산인 자산 이외에 소극적 재산인 부채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편차가 심하다. 2번은 많고, 1, 3은 거의 없네. 그나마 내 명의로 되어있던 차도 넘기는 바람에, 지금은 은행 빚만 있다. 앞으로 재화나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무언가를 찾아볼까.
열정
다행이다. 열정이 있네.
예전에 소담출판사 책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갑자기 떠오른다. 재산을 적어라는데, 열정을 적으려니 그 문장이 떠오르나 보다. 아무튼 '열심히 산다.'는 말은 많이 들은 듯하다. 뭐라도 되겠지.
어제는 집단상담 하루 종일하고, 오늘은 저녁에 8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듣고, 지금은 밤 11시에 노트북 앞에서 글 쓰려고 앉아 있는데 뭐라도 되겠지. 글에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옆에는 맥주 한잔 하고, 안주 어포튀각이랑, 유튜브에서 'TV예술 무대' 클래식음악을 틀어놓았다. 글루틴 멤버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채널이다.
뭔가를 나름 열심히 하다 보면,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예전에는 만나자마자 그 인연이 반가워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좋아했더랬다. 상담 공부를 이리저리 하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고, 또한 처음에 갑자기 다가가면 사람들이 피하기도 한다는 것을. 또한 급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것도 나의 어느 결핍 조각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열정'은 조금 사그라들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열정은 늘어가고 있다. 특히 몇 번의 글쓰기 모임의 시작과 끝을 접하면서 몸을 더 사리게 된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이 늘어가는 것도 있지만.
지인들이 '너는 참 열심히 산다.'라고 말하는 건, 아마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열정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아무래도 에너지를 적게 들인다. 요즘 들어서 더 많이 느끼는 거지만 아무래도 나의 과거 '애착'과 관련이 있었고, 현재의 '애착'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세상 어디 나쁘기만 한 일이 있는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과거 애착이 회피형이었다는 건, 지금 내가 이 공부를 하고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내가 뭔가 해야 하는 일에 몰두하는 환경이 되기도 했다는 것 아닐까. 그랬다.
재산을 찾아보려니, 영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보물은 있다.
두 딸
방학 동안 이사하느라 아이들과 놀러 한번 못 갔다. 작년 크리스마스 나들이가 전부고 지지난 주에 새 학기 옷 사러 NC에 들른 것. 엄마가 바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여행도 못 갔네. 그래서 오늘은 바다를 보자 싶었다. 우리 집에서 30분이면 바다를 보러 가는데, 거길 갈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바다를 보면서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왔다. 요즘 우리 셋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까르르 웃는 날이 많다. 아마도 엄마가 바쁜 게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듯하다. 가족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건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다가오는 걸까. 그래도 우리 둘째가 다시 손톱을 뜯는 걸 보니 조금 심심하긴 한가보다.
두 딸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의 근본 토양이다. 나는 광합성 인간이므로 토양이 있어야 살아간다. 두 딸이 나에게 그렇다. 지금 현재는 재산이네. 앞으로 잘되면 엄마 용돈 쩜 주려나. 큭. 기대하지 않지만, 왠지 너무 무거운 글은 나도 무겁게 한다. 요즘은 그렇다. 웃기고 싶다는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 재산이 뭐가 있을까.
'아, 뭐가 되려고 이렇게 열심히 하나' 이 문장만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너무나도 진부하지만 꿈이 있네.
장미처럼
예전에 장미원에서 일할 때가 종종 생각난다. 5월 장미 축제를 위해서 그렇게 준비를 했다. 식물이 어디 사람마음처럼 될까. 장미축제일에 맞춰서 꽃이 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튼 5월 축제기간이 지나면 장미원에 활짝 핀 꽃들을 모두 전정에 들어간다. 장미 열매가 맺기 전에 꽃을 커팅해야지 다음 꽃이 또 피어난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 계속 꽃을 피우게 사람들이 만드는 거다. 나는 장미원만 가면 마음이 아프다. 이 장미들이 혹사당하는 게 느껴져서다. 그래서 산에 핀 찔레꽃이 더 좋다. 그 친구들은 자유롭게 피어나고 열매를 맺는다.
가끔 나는 '찔레꽃의 삶을 추구하면서, 계속 장미처럼 살려고 하나?' 생각을 한다.
뭐가 되려고 그렇게 배우고, 또 배운단 말인가.
열매를 맺으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사람들 눈엔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뭔가 싶기도 했다.
오늘 두 글자가 떠올랐다. '희망'이었다. 찔레꽃이면서 장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어서였다.
그래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뭔가.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 현재로선
내가 찔레꽃임을 알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찔레꽃은 병충해에 강해서 다른 아름다운 장미들의 받침(?)이 된다. 뿌리 아래로는 찔레꽃이고 그 위에 개량된 장미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장미원에는 그런 장미들이 많다. 아래는 찔레, 위에는 다양한 품종들. 내가 아는 한 대부분 그랬다.
나는 찔레였다. 장미가 아니라. 병충해에 강한 찔레.
문득 쓰다가 오늘 주제에서 벗어나 헤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오늘 주제와 다시 열심히 연결 지어야 한다.
요즘 내 가장 큰 재산은 이거다.
'알아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