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타인을 응원하는 방법
서로를 응원하는 법
"쌤, 공유 상담실 있어요. 찾아봐요~"
동료상담사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각자 바빠서 자주 연락하기가 힘들다. 사실 둘 다 상담사이자 수련생이자 아이들 엄마로 방학기간에는 마음이 바쁘다. 3월 2일이 되자마자 동료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알고 보니 그집 둘째는 아직 등원전이다. 다음 주부터인가 보다. 우리는 급하게 나누어야 할 이야기부터 했다. 친밀감은 지난 3년간 충분히 이미 형성되어 있으므로, 일단 함께 처리할 건, 고민되는 걸 짧은 시간 효율적으로 나누었다.
일단 함께 처리할 부분이다. 동료선생님은 나에게 심리검사 관련 수업을 들었고, 이후 검사 실시 후 코딩 및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일단 그 처리건을 이야기 나누었고, 고민을 이야기했다. 현재는 둘 다 프리랜서 상담사이므로 앞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각각 있다. 나는 강사이자 상담자, 작가를 지향하고 있고, 동료 선생님은 기관 소속으로 일하고 싶어 한다. 학교 커뮤니티에 새로운 일자리 공지가 올라왔는데, 내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현재 나의 조건과는 맞지 않지만, 그 선생님께는 꽤 매력적이었다.
우리 둘이 친한 이유가 있다. 성향이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스물네 가지 강점 중 '행동화'가 1순위로 뭔가 끌리면 일단 실행하고 본다. 그 선생님은 고민을 많이 한다. 결국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나는 이번에도 일단 시도해 보라고 이야기했다(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선생님은 망설였다. 나는 그 선생님을 간절히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내가 얼마 전에 마음이 힘들 때 그 선생님이 함께 머물러준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에 대해, 선택에 대해, 미래에 대해 확신을 좀 더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했나 떠올려보았다. 얼마 전 이사를 결정할 때가 생각났다. A4 용지 반을 접고 또 접어서 4개 칸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사하면 좋은 점, 좋지 않은 점, 이사 안 했을 때 좋은 점, 좋지 않은 점을 적었다. 이건 비폭력대화 3단계 수업에서 비슷한 내용을 배운 적이 있는데, 지금 내 상황에 맞게 활용한 것이다. 올해 중3 딸과 둘이 앉아서 작성했는데, 이후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이사를 해야겠구나!' 이 방법은 막연하게 고민했던 것을 구체화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동료 선생님과 내일 이 방법으로 그 자리에 지원할 것인가 아닌가를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나는 누군가를 응원해주고 싶을 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그 과정을 도와주려고 애쓴다.
전형적인 사고형(T) 패턴이다. 상대방(동료선생님)은 감정형(F)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먼저 떠올린다.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내가 힘들어할 때 달려와서 함께 머물러 주었다. 내 입장에선 눈물 나게 고마웠다. 나와 감정 접촉이 힘들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상황을 읽고 감정단어로 반영해 준다. 이 과정들이 상담사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감정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면 내가 먼저 배워보는 것이 좋더라. 예전에는 타고나지 않음을 탓했는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일이든 좋기만 한 것도 없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아무튼 우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대를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다. 가령 부부인데 한 사람은 상대에게 감정적 위로를 원하지만, 상대방은 해결 중심의 사고형 위로를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하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고 있어도 서로 불편감이 있는데, 뭔지도 모르고 불편하면 문제가 된다.
'저 사람은 왜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지?' 이 한 문장에 갇히게 된다. 상대는 애를 써서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원하는 걸 받지 못했으므로.
이렇듯 관계를 어려 모로 어려운 일이다.
나를 응원하는 법
문득 나는 나를 어떻게 응원하고 있을까?
적어보고 싶어졌다. 오늘 오전에 외부강사 위촉 서류를 제출하고 왔다. 한 기관에서 1년 동안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수업계획서를 적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과거에는 시작도 하기 전에 완벽해지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소진되었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시도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일단 계획서를 제출했다. 강의가 시작되면 그때의 내가 준비를 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또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이 기대되기도 하고 살짝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기회가 온 게 어디고, 시작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후 상담가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해주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들렀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에 하나이다. 논문을 쓸 때 극도로 힘든 날에는 들른 곳 중 한 곳이다. 일부러 오긴 거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상담실 가기 전에 들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오늘의 커피가 마침 '벚꽃블렌딩'이다. 벌써 봄향기가 물씬 난다. 점심 대신 샌드위치를 먹고, 햇볕을 받으며 산책로를 걷는다. 사설도서관은 3시간 이용 5천 원이다. 얼마나 좋은 곳인가! 지난 몇 달 기특하게 잘 살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현실은 다시 과제, 심학원 첫 번째 과제가 다음 주 월요일 제출이고, 집단상담 커리큘럼을 더 디테일하게 짜야하며, 첫 번째 강의주제로 ppt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오전 동료상담사 선생님과 전화 덕분에 공간에 대해서 생각을 더 구체화시키게 되었다. 박사과정 진학 시 연계해서 괜찮은 공간을 발견하였고, 내일 또는 다음 주 월요일즈음 그곳과 컨택하게 될 듯하다.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과 나누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도, 스스로를 응원하며, 상대를 응원하게 알게 되었다.
이제는 다시 과제를 위한 책을 읽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