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큰 웃음 이유
어제저녁
"엄마, 엄마!"
줌 수업이 끝나고 방에서 나와 거실 책상에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중이었다. 스터디카페에서 돌아오는 중학교 3학년 딸이 신발을 벗으면서 거의 뛰어들어왔다. 숨 가쁘게 부르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다.
오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라, 아이들 저녁을 식탁 위에 차려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소고기 한팩과 돼지고기 목살을 사 왔는데, 소고기는 미리 구워두면 맛이 없으니 돼지고기만 구워놓았다. 딸아이한테 집에 오면 소고기를 구워 먹으라고 톡을 보내두었다. 카톡으로도 별 말이 없었는데 밤 11시 20분이 넘어서 집에 들어오면서 다급하게 엄마를 부르는 거였다.
"엄마, 나 부반장 됐어!"
"뭐? 우와, 축하해."
그리고 꼭 안아주었다. 나도 놀랐다. 초등학교 때는 방송부를 했지만, 중학교 가서는 반장, 부반장을 한 적이 없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썩 끌려하지 않았다. 그런가 보다 했었다.
"엄마, 사실 별로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반장 부반장만 캠프를 간다는 거야! 그래서 급하게 신청했어. 그런데 우리 반 28명 중에 25표 받았어."
"뭐어?"
또 놀랐다. 알고 보니, 보통은 반장선거를 하고 득표 순대로 반장, 부반장을 정하는데, 딸이 자기는 부반장에 나갈 거니 따로 선거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세 번째 놀랐다.
공약을 이야기하는데 운이 좋았단다. 마침 아침에 칠판에 수업 순서가 변경된 걸 적어야 할거 같아서 적었고, 그걸 어필했다고 한다. 생활하면서 불편한 사소한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그리고 한참 이야기하는데 듣다가 웃겨서 킥킥 실컷 웃었는데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딸에게 까먹을 수 있으니 일기를 써도라고 했는데 썼으려나.
아무튼 딸이나 나나 어제부터 오늘까지 기분이 업되어서 킥킥거리고 있다.
첫째는 요즘 많이 까칠했었는데(ㅎㅎ) 어제 기분이 좋아서 내가 수업 듣는 동안 씻고 나온 둘째 머리라도 헤어드라이기도 말려주었다고.
어제는 잠들기 전에 둘이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고, 오늘 아침에는 "우리 부반장 일어났어?" 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는 거 같다. 어제 사무실에서 취침하신 남편에게 오늘 아침에 이 소식을 전했더니 "왜 반장이 아니라 부반장을 했대? 참 특이하다. 내 닮은 건 아닌 듯." 남편은 반장이 안되어서 아쉬운가 보다.
나는 딸이 본인은 부반장을 하고 싶었는데, 본인이 요청해서 과반수 이상 득표를 했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친정식구들 카톡방에도 소식을 전했다. (성취지향 부모님은 역시나 많이 좋아하셨다.)
딸내미는 나에게 획득된 안정애착으로 살아가게 해 준 고마운 존재이다. 키우면서도 여러 번 놀라는 경험이 있었는데 (좋은 쪽이든 아니든) 이번에도 또 놀라움으로 엄마를 웃게 해 준다.
*학원도 종합학원 다니다가 영어단과로 바꾸고, 수학은 문제집만 사주면 혼자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학원을 계속 다니는 걸 원했고, 나는 딸의 결정을 수용하고 지지해 주었다. 다만 지켜보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질문을 던지곤 했다. 2주를 지켜보다 시작을 안 하길래
"지금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 같아? 혹시 이번주도 지난주와 비슷할 거 같으면 학원을 가는 게 어때?"라고 말해놓고, 과하게 관여하는 거 아닐까 싶어 고민했다.
며칠 뒤 딸이 하는 말, "엄마, 그 말 듣고 정신 차려서 스카(스터디카페)에서 딱 2시간만 수학하고 오자 마음먹었어."
그 말이 고마웠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학교에서 학기 초라서 조사하는데 엄마랑 대화는 얼마나 하는지 질문이 있어서 내가 뭐라고 대답했게?"
"뭐라고 했는데?"
"엄청 많이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람."
이라고 했어. 큭큭.
매일 내 공부한다고, 내 일한다고, 과제한다고 정신없는 엄마에게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다. 딸의 한마디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놓고 자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