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상처

다시 자라남에 대하여

by 스타티스

픽사베이에서 상처를 찾았더니 위에 이미지가 나왔다.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오늘은 심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다. 심학원은 대안대학원으로 심리학 관련 서적을 함께 읽고 토론을 한다. 2주에 한번 두 명의 발표자가 한 책씩 맡아서 20~30분 정도 책을 요약 정리해서 발표한다. 오늘은 내 차례였다.

아침에 급하게 나가느라 서서 아침을 먹었더니 상담실에 출근했을 때부터 속이 더부룩했다. 점심도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 그 좋아하는 커피도 먹고 싶지 않았다. 오늘따라 상담은 얼마나 많은지,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버텼다. 그 와중에 저녁 8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되는 토론수업 발표를 준비해야 했다.


주말에 시간이 있었지만 토요일 가족 모임, 일요일도 5개월 만에 친밀감이 충족되는 모임을 하다 보니 개인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친정식구들 모임은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편이긴 하다. 밥만 먹고 오는데도 에너지가 훅 날아간다.


오늘 주제는 '트라우마'였다. 집까지 어떻게 운전을 해서 왔는지 모르겠다. 8시 수업 전까지 1시간을 잤다. 아니면 못 버틸 거 같았다. 발표하는 30분 동안 벌떡 일어나서 준비한 원고를 읽고, 다시 비디오를 끄고 누워서 참여했다. 내가 아픈 게 우연이었을까.


주제가 트라우마라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토론 수업이고 질문자체를 참여하는 분들이 올리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아픈 이유


1) 시험 불안

"혹시 시험불안이 있었나요?" 심학원 원장님인 문요한 학장님이 물었다. 학업스트레스와 시험불안은 나의 십 대 이십 대를 관통하는 주제들이다. 발표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서 불안함이 있었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 보다. 주 교재는 거의 모든 참여자들이 읽는데 부교재는 선택이다. 나는 부교재 발표를 선택했으므로, 안 읽은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발표가 중요하다고 마음속 깊이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부담이었다. 그래서 몸이 반응했다.


2) 과거 기억들

그 기억과 이 상황은 관련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교육분석에서 다루고 있는 그 기억이 떠올랐다. 주 교재 발표자분께서 발표수업 준비 후기를 말씀하시는데, 생각하나 가 번개처럼 지나갔다.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늘 내가 발표를 준비한 책은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였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책이다. 영화 세 자매 영상을 보여주며 책과 영상과 관련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 상황이 현재의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리라.


어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의 원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공통분모가 없지만, 지금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자기 보호를 위해서 더 깊은 이야기는 수업시간에 꺼내놓지 않았다. 아마도 그 부분을 고민하느라 소화기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솔직함과 자기 개방, 자기 보호 이 세 가지 사이에서 항상 방황한다. 오늘은 자기 보호를 선택했다.


수업 중에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듣는데 어떤 상황이 떠올라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장박동수가 올라갔다. 평소 상황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자극과 반응을 살펴보면 강도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한 분이 이야기한다. 자신은 트라우마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인생을 만들어가는 상황에 있는 거 같다고. 예전에 정말 많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이제 그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이 느껴진다고 말이다.


그래서 픽사베이에서 상처를 검색했을 때 저 사진이 있었던 걸까.


오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준 분들이 지난 9월부터 연말까지, 겨울 내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봄되니 많이 나아진걸 느낀다고. 학장님은 올해 3월 우리가 트라우마 책을 읽어서 어쩌면 그때보다 나은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사회적 트라우마 상황이 떠올랐다. 한 개인의 상황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같은 책도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도 그랬다. 상처에 피가 흐를 정도로 그때 상황을 재경 험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상처 자국은 확실히 남아있다. 하지만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몸의 반응을 보니 말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그 장면에 다시 접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직은 회피하는 중이다. 언젠가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겠지. 그 상처자국에서 새로운 싹이 자라난다면 그때는 치유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봄은 치유의 계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