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아니, 매번 이런 상태로 오시는 거예요?"
자주 가는 한의원에서 선생님이 오늘 하시는 말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병원오기는 하겠지만. 매번 이렇게 뭐가 많은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몇 년째 아니 계속 이렇게 살고 있구나 싶었다. 나는 나를 바쁘게 만드는데 전문가이다. 올해는 상담 수련에 집중하자 싶었는데 하다 보니 하는 것이 많아졌다. 수련을 세 군데 하고 있을 뿐 아니라, 1년 동안 한 군데 강의를 나가기로 했고, 심학원에서 심리학 심화공부를 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몸이 아프지만 않으면 다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주 교육분석에서 교수님께서 그랬다.
"그러면 아프면 큰 일 나겠네요?"
이 계획에 내가 아픈 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화요일 저녁에 30분 발표가 있었고, 오늘 오후 강의가 있었다. 아프니까 이 모든 일정에 지장이 있었다. 내일 개인상담 일정 전까지 내 몸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예전에 나는 나에게 '절대 아프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면, 이제는 '아파도 돼. 하지만 맡은 일은 다 해야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완성도가 떨어졌다. 지난주 강의는 반응이 좋았는데, 이번 주는 망했다.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수업 마치고 바로 한의원으로 갔다. 역시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를 읽고 나니,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것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왜 아픈지 않겠다. 돌이켜보면 매번 그랬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안 느끼려고 그렇게 애썼던 거다. 예전에는 내 몸의 상태,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야 내가 버티고 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효율적이었다. 살아낼 수 있었다.
이제는 나를 알아차리고 몸 상태를 관찰하며 살고 있다.
이제는 몸이 아프면 마음이 어디가 불편한지 살핀다. 요즘 일정이 바쁘기도 했다. 많이 애쓰기도 했다. 오늘 저녁은 일정 하나를 취소하고 푹 쉬었다. 100% 회복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를 토닥일 수는 있었다.
진짜 몸도 마음도 안전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