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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Mar 15. 2023

간절하지 않다

계산에 약한 이가 받는 피드백

선생님은 간절하지 않으시군요


언제부터 이랬나?

떠올리는 중이다. 남편이 매번 그런다. 네가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가계부를 열심히 적지 않는 건 안 하는 거라고.

이 부분에 대한 자책감이 심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버크만진단검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숫자에 굉장히 약한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이과를 어떻게 다녔을까? 싶기도 한데, 생각해 보면 굉장히 애쓰면 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소진된다. 논문 쓸 때가 그랬다.


오늘 이 이 문장을 들은 상황은 이랬다. 강의와 관련된 특강이다. 매주 수요일 밤에 진행된다. 강사님이 질문을 하는데 채팅으로 답을 했다. 무료강의를 여는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답하는 시간이었다. '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라고 했더니 딱 위 문장을 말씀하셨다. 그 이후로 멈췄다.


이 분야 해서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오늘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강의를 다녀왔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1년 동안 맡은 강의가 있다. '직업기초능력'과 관련한 강의이다. 강의료가 입금되는 강의다 보니 부담이 되었고, 나름 오전 융 심리학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준비해서 갔다. 도착했더니 같은 주제로 나를 제외하고 세 분의 강사님이 더 계셨다. 어떤 분은 2년째 여기에서 강의하시는데 준비물을 미리 신청하셔서 받아갔다. 나는 내가 다 준비해서 갔다. 학생들 펜에서 칼라프린트비, 간식 등 말이다. 재단 소속 강사일 때는 강의료 외 복사비와 간식비는 영수증 첨부하면 나오긴 했다. 그리고 학교와 직접 계약해서 강의를 진행할 때는 재료비에 대한 안내는 별도로 받지 않았다. 하긴 요즘에는 원고료도 따로 받을 수 있다고 집단상담 강사 모임에서 이야기를 듣긴 했다. 수도권은 그렇다고 했다. 영남권은 어떤 분위기인지 아직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숫자에 약해서인지, 간절하지 않아서인지, 

어쩌면 부탁이 힘든 사람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취약하다.


내 강의료는 수업 준비료 + 차비 + 재료비 모두 포함해서 계산적(?)이라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생각해야 할 텐데, '나는 아직 그렇게 경험치가 높은 강사가 아니니 이번에 1년 강의를 맡은 게 어딘가'이렇게 생각하고 있나 보다.


어쩌면 나를 낮추어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후 8:30-10:00까지는 NVC연습모임에서 '수치심 권하는 사회'라는 책을 함께 읽었다. 나는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 중 수치심에 가장 취약한 사람이었다. 혹시 이러한 부분이 수치심과 연결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계산적이면 안된다고 의식의 저 밑에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숫자에 빠르면 어떻게 보일지 이미지가 걱정이 되는 걸까.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Q. 왜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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