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수 있는 일
"의지"를 구글에서 찾아봤다.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의 작용. 영어로는 Will 혹은 Volition으로 번역되며, 백과사전에 의하면 "(특정한) 의도에 입각해 자기 결정 및 목적을 추구하는 행동을 일으키는 작용"이라고 한다. 정신력이란 말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예정된 일정을 했고, 지금은 12시 마감인 보고서를 쓰고 있다. 매 순간 무언가를 열심히 하다 보니 혹시 나의 영혼이 못 쫓아오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녁 8시 힘이 쭉 빠져버린 몸을 식탁 의자에 앉혔다. 눈은 반쯤 뜬 상태이다. 식은 치킨 조각을 입에 배어 물었다. 꼭 필요한 통화를 하고 나니 8시였다. 그 사이 아이는 6시 넘어 배달된 치킨의 다리 두 개와 날개를 이미 먹은 후였다. 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나의 일상을 듣더니 그런다.
"선생님, 숨이 막혀요. 그럼 언제 쉬어요?"
쉬는 걸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그냥 나에게는 일이라기보다는 재미로 느껴지는 일이 더 비중이 크다. 물론 그중에는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도 꽤 있다. 문득 떠올려보았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내 모습을 말이다. 그때보다 낫다. 그래서 지금은 마감기한이 임박한 순으로 한다.
지금 나는 '의지'와 '책임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감기한 안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자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예전보다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이렇게 완벽주의와는 점점 더 거리감을 두게 되었다. 이제는 얼마만큼 할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
오늘 보고서도 그렇다. 나는 집단상담을 좋아하는 상담사이다. 관련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잘 쓰고 싶어서 한주를 미루었다. 그렇다고 달라진 게 있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마감기한에 더 임박해졌을 뿐이다라고 답해야 할 듯하다. 그렇다면 임박한 마감기한은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냐면? 무서운 집중력을 선물한다. 이 시간에는 꼭 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조기착수형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감기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고 계속 그 일에 집중하다 보니 지쳤다. 마지막에 힘을 내야 할 때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금은 여러 개를 뭔가 하다 보니 마감기한이 다 되어서야 펼쳐보게 된다(내가 매일 글을 10시 넘어 쓰게 되는 이유이다. 오늘은 보고서를 마무리하면 새벽 1시가 넘을 거 같아서 미리 글을 쓴다).
지금부터 3시간은 집중력을 발휘해서 맡은 일을 마무리할 나를 믿는다.
예전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무언가를 맡으면 그렇게 불안했었나 보다.
이제는 안다.
내가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앞으로 3시간 동안 집중해서 그 일을 마무리 해보자.
너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