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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Mar 24. 2023

오늘 만나고 싶었던 바다

오늘 하루에 대하여

"은행입니다."


당연히 제 날짜에 입금되는 줄 알았다. 오늘 만난 공인중개사 소장님이 그러신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만 일어나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이 세상사는 일이었다. 처음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


며칠 아팠다. 어제 한의원을 다녀오고 쉬었더니 살아났다. 오늘은 심학원 과제를 바짝 해야 하는 날이라 과제를 해야만 했다. 열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생각도 하고 그간 읽었던 책 내용을 통합해서 적어야 하는 과제들이었다.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왠지 집안일을 할거 같았다. 밖으로 나왔다. 얼마 전에 갔던 바닷가 카페로 향했다. 아팠던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런데 전화한 통이 걸려온 게 아닌가.


휴, 그 이후로 수십 통의 전화와 자문을 위한 전화, 사무실 방문 등 감정은 배제한 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했다.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제 나름 최선이라 생각한 걸 선택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상대방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일이 일어나게 된 건, 나의 책임이 있는 일을 방관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 이름을 걸고 한 일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선택을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세상에 대해서 하나씩 부딪혀가며 배우고 있다. 예전에 슈퍼J였던 나는 많이 힘들어했을 거 같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 불안을 견뎌야 하는 시간 등. 나이가 들어서인지 어쩌면 상담을 공부하면서인지 뭔가 예전과 다르다는 건 알아차리고 있다.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는 교류분석을 배우는 시간이다. 다섯 번째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언제 CP(비판적 부모자아), NP(양육적 부모자아), A(자아), FC(자유로운 어린이 자아), AC(순응적 어린이 자아)인지 알아차리고 있다. 예전에 내가 어떤 모습이어서 힘들어했고, 지금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조금씩 보인다. 어떤 날은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알아차림은 몸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예전에 회피하는 나는 AC로 자주 존재했었다. 이제는 Here and Now,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으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은 A, 자아상태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저녁에 긴장이 풀리고 보니 감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설거지하고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고 있다.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자아상태로 있으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배운다. 알아차림은 나를 더 지켜주고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다. 


이제 와서 감정이 느껴지니 두려운 마음도 든다. 이 또한 살면서 겪어야 하는 것들이겠지.


지금 이 순간 나를 알아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심호흡을 해보자.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나에게 토닥토닥해본다.



오늘 내가 원하는 바다를 충분히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 안의 현존하는 나를 만난 날이라 위로가 된다.

오늘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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