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분석 5회기 마지막 회기
책임과 의무
먼저 알게 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교수님이 나에게 한 질문이었다. 이 분께 교육분석을 신청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극 P형인 분께 여유로움을 경험하고 싶었다. 1월에 시작한 교육분석인데, 어쩌다 보니 4월 6일에 끝났다. 우리는 5회기였는데 말이다. 중간에 교수님께서 제주도 다녀오신 기간도 있었고, 내가 아파서 한 회기를 미루기도 하였으며, 교수님께서 이건 교육분석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한 회기 더하자고 하셔서 6번 만나긴 했다.
60대 여자 어른과 자유로운 만남은 처음이었다. 물론 교육분석이었지만, 우리는 마치고 점심도 같이 먹으러 가곤 했다. 이런 분위기가 처음엔 신선했다. 예전 슈퍼비전과 교육분석에서는 딱 그 시간이 지나면 마치고 서둘러 나왔다. 예전 교육분석 교수님은 따로 찾아뵙기도 했지만, 이렇게 자유롭진 않았다.
하긴 이 분은 워낙 솔직하게 표현하셔서 나의 경계심이 흐려진 듯했다. 나에겐 필요한 시간이었다.
회기마다 주제가 바뀌어서 교수님께서 물으셨다.
"도대체 이 상담은 주제가 뭐죠?"
나는 그냥 이 교수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주제가 나왔다.
친밀한 관계에서 내가 후퇴할 것인지, 머무를 것인지, 먼저 손을 내밀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빠른 반응성, 예전 교육분석 교수님도 "contain"을 말씀하셨다지.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구나.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만, 깊게 이해하는 데는 방해가 되는 반응성이다.
교수님께서는 예를 들어서 설명을 잘해주셨다. 듣다 보면 내가 어떤 걸 놓치고 있는지 느껴진다. 바로바로 이야기하면, 딱 이 부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동안은 관찰만 하셨다고 했다. 오늘 마지막 회기라고 담고 있던 이야기를 다 풀어주셨다. 생활하면서 교육분석 하면서 슈퍼비전 하면서 느꼈던 걸 통합적으로 말이다.
아마도 이 교수님께 이걸 기대했었나 보다.
그리고 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얼마 전 글루틴 리더 중 한 분인 알레작가님이 "상담자인 스타티스 작가님은 어떤 분인가요?"아마 이렇게 물으셨던 거 같다.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되고 싶은 방향성은 있지만 내가 어떠한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늘 교수님이 '왜 우리는 배우는가?'를 이야기하셨다. 얼마나 큰 무게감에 짓눌리고 계신지, 눈물을 보이셨다. 갑자기 나도 울음이 빵 터졌다. 난 간과하고 있었다.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커서, 재미있어서, 배우고 또 배웠다.
교수님은 '그 배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00 씨는 이다음, 그다음 어떻게 될지 예측이 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는 피하고만 살았다.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고 그 이후는 나몰라라 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배움의 빛과 그림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눈물이 왈칵 나려 한다. 배움이 얼마나 무거운 건지 미처 알지 못했다. 인류의 지혜인 지식을 먼저 접하게 되면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 이러다 나도 꺼이꺼이 울게 될 거 같다.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불이 난 동굴 안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심정처럼 느껴진다. 매 순간 그렇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그 동굴을 통과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지. 이제 출발하다 보니 말이다.
하필 또 TV에서 "지금 이 순간"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지킬앤하드드를 조승우 버전으로 꼭 보고 싶네.
지금 이 순간 간절한 소망
*이렇게 울고, 이 감정을 고스란히 기억해야겠다.
*너무나 추상적인 일기 마무리.
*기록하는데 의의를 둠
*N형 상담자와 N형 내담자의 상담내용 기록
*아, 그래서 석사 졸업할 때 우리 교수님께서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구나...
*오늘 만난 두 분의 내담자에겐 나는 어떤 상담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