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건강하게 먹겠노라는 김여사의 슬로건에 적극 동참하여, 주는 밥을 잘 먹었다.
집에서만 밥을 먹으니 안 그래도 슴슴한 입맛이 더욱 슴슴해져서 다른 군것질이 당기지 않았다. 이 새로운 식단은 나의 다이어트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말부터 다소 스트레스 상태였고, 기억나지 않는 꿈이 뒤숭숭했다는 것은 기억이 나서, 나는 라면이 먹고 싶었다. 잠시의 망설임을 거두어주는 말은 늘 '난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니까' 이다. 저 마법 같은 주문 덕에 내가 망친 장기가 위장하고 간하고 또 뭐가 있었더라..
여튼 좋아하는 스낵면을 꺼내 봉지를 뜯다 아무래도 다이어터로의 자세로 옳지 않은 것 같아 전기포트에 따로 500ml의 물을 끓였다. 면의 기름기를 빼버릴 생각이었다.
'맛이 괜찮을까?'
'원래의 맛을 기대하면 안 되긴 하지, '
혼자 질의응답을 하며 면을 삶은 물은 버리고, 전기포트의 뜨거운 물을 부어 마저 라면을 끓였다.
'이상하네, 계량컵에 쟀는데 물이 왜 이렇게 많아 보이지?'
물은 금세 다시 끓어올라 조리가 끝났다. 말간 국물에 담긴 창백한 면발이 보였다. 조금씩 느끼던 불길함이 실체화된 듯했다. 냄비를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한 젓갈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알았다. 나의 모든 예감이 맞았다는 것을.
깔끔하고 단정한 면발이나 흥건한 국물은 스낵면도, 라면도, 아니 국수조차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닌 맛이었다. 그 맛 좋은, 밥을 말아먹기에 더할 나위 없는 스낵면은 여기에 없었다. 그저 나의 오만과 불손의 맛이었다. 먹지 않거나, 그대로 끓이거나.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욕심의 맛이겠다.
주말 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도 욕심의 맛이란 걸 안다.
어차피 순리대로 되는 것을 나는 무얼 더 견주고 무얼 더 얻으려 하고 무얼 더 지키려 하는 걸까. 그러면서 타인을 향해 욕심부리지 말라고 훈장질을 하는 걸까. 라면의 맛도 나도 부끄러워 삼분의 일쯤 남은 라면을 하수구에 매몰차게 내버리고 설거지를 했다. 냄비는 다시 깨끗해졌지만 위장이 쓰리다.
2018. 2. 13.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