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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한 번씩 부는
하얀 가로등 아래에도 모기는 없는
간간히 풀벌레가 소리를 내는 호숫가 벤치에 깊게 앉아서
벤치에 걸터앉아 두 무릎에 팔꿈치를 고아 대답을 생각하는 너의 두툼한 등을 보고 싶다.
쫑긋거릴 것 같은 귀의 귓바퀴를 뒤에서 바라보고 싶다.
바람에 섞여 오는 너의 향수 냄새가 내 어깨에 배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다, 내 블라우스에 네 향수 냄새와 내 향수 냄새가 뒤섞여 있는 것을 알아채고 싶다.
옷걸이에 단정히 걸어둔 블라우스를 내 방 창가에 걸어두고 싶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나풀거리는 블라우스를 보며
네 향이 나는지 아니면 너와 섞인 내 향이 나는지 코를 찡긋거리다, 이내 얕은 잠에, 곧 깊은 잠에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