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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께의 바람은 그런 것이다.
무심결에 맞으면 4월의 바람 같아 설레다,
사람들 손에 들린 추석선물세트 같은 것을 보고는 한 해가 기울어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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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바람 속 차고 따듯한 기운의 비율이 매일 달라진다.
사람의 마음도 하루아침에 뒤돌아서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뜨거웠던 마음속에 서늘한 마음들이 미세하게 생겨나고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다 한계치를 넘어서면 이 육중한 몸까지 돌려세울 정도로 차갑고 딱딱해진다.
그러니 내게도 네게도 어찌 갑작스레 그럴 수 있냐고 하지 말아야겠다.
그걸 헤아리지 못한 너와 나의 아둔함이 그리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