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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고 보들보들한 두부를 넣은 연한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거기에 양파를 잔뜩 넣으면 국물이 달다.
적당히 익은 양파는 아삭하기도 하고, 두부처럼 보들보들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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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김여사가 그렇게 된장찌개를 끓였다.
늦은 밤이지만 밥을 먹지 않을 수 없다.
대접에 잡곡밥 한숟갈을 떠 넣고, 두부 대여섯조각과 양파만 건져 밥 옆에 다정히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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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라운 두부와 양파 사이로 다부진 잡곡이 씹힌다.
따뜻하고 달고 연한 맛.
이대로 먹어버리기 아까워, 낮에 다 못 마신 맥주를 꺼내왔다.
따뜻하고 달고 연한 맛 뒤에 시언하고 싸한 맥주 한모금이 졸졸졸 따라 들어간다.
집에선 한번에 다 못 비우는 500ml 한 캔이 사라졌다.
지금은 잔뜩 부푼 위장 속에서 된장찌개, 잡곡밥와 함께 어울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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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개진 얼굴로 일요일 밤의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미련이 남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옛날 애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