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슈슈 Oct 28. 2018

빈틈없이 먹을 테다.

-

20대에 비해, 확실히 한 번에 많이 먹지를 못한다. 

게다가 근무시간에는 뭔가를 챙겨 먹기도 어렵다. 

그렇게 되니 뭔가를 먹을 수 있을 때 혹은 먹어야 할 때, 잘 먹고 싶다.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고품질 고효율의 어떤 것이 먹고 싶은 거다. 엄청 좋은 것까진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싶다. 제대로 된 게 아니면 화가 난다. 그래서 요새 화가 많이 났다.



-

그렇게 욱하는 마음이 쌓여, 오늘은 퇴근길에 숙성 연어 한 판을 샀다.

먹을 수 있는 시간에 먹을 수 있는 양 이상의 양을 먹으려고.

그리고 연어 한 판을 다 먹었다. 

어쭙잖게 조금 남겨뒀다 나중에 한두 점 먹어볼까하는 미련 따위도 입안으로 쓸어 담아 버렸다. 

이런 나, 정말 칭찬해.



-

잔뜩 부푼 배와 연어가 있던 텅 빈 접시를 보니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사 오지 말라는 전복을 사 가면 후루룩 마시듯 드시던 김여사.. 

더 시키지 말라고 손사래 치시던 아버지 앞에 사라져 간 양꼬치 막대기들..


어머니 아버지는 나보다 더 많이 드시지 못한다. 드실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

나는 더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빈틈과 내 위장의 빈틈을 비집어 더 먹어야지,

빈틈없이 불룩불룩 먹어야지, 그럼 으쌰 으쌰 힘이 나겠지,

그 힘으로 어머니 입에 전복 하나 더 넣어드리고 아버지 손에 양꼬치 하나 더 쥐어드려야지, 하고.



2018. 10. 24. 수.




작가의 이전글 지금 사러 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