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다른 것도 교정이 되네요.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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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골라 먹어야 하고, 먹는 동안도 먹은 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교정인의 생활은 나를 아주 조심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아무리 이 철도가 부의 상징이라지만 하얀 법랑질의 이빨과 차가운 회색 금속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그러므로 내가 아무리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환하게 웃어보여도, 그것이 가끔은 내가 앞니에 금니를 박아넣고 이를 보이며 위협하는 랩퍼들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 혼자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신경쓰지도 않는데다가, 내가 다른 교정인들에 대해 그렇게 느끼지도 않는데.


* 이를 보이는 랩퍼와, 이를 보이며 위협하는 원주민 오빠들과 나 사이에 느낄 수 없는 이질감


하여 나는 웃을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내가 웃음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입을 가리는 일이 너무 고되어졌다는 것이다. 옛날에 과천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박수치는 장난감 같은 거 팔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디서 그걸 좀 사다가 고쳐서 쓰고 싶었다.


* 입가리는 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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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교정 덕분에 웃음을 잃었습니다.. 는 아니고,

그 덕분인지 뭔지 교정의 시대가 지난 지금은 뭔가 나의 태도가 조금 정돈된 듯한 기분이 든다. 파우치도 잘 안가지고 다니던 내가, 규방칠우 아니고 교정삼우 정도쯤 될 법한 교정인의 세친구인 칫솔치약, 이쑤시개, 거울을 내 신체일부인 것처럼 지니고 다닌다. 밥을 찬찬히 조심스럽게 씹어 먹고, 입을 자주 가글해주고, 거울을 좀 더 자주 꺼내 상태를 체크하고, 마구 웃지 않고, 발음을 천천히 또박또박 하려고 노력한다. 치아교정을 통해 내 삶의 태도도 같이 교정되었다면 오바인가? 아니오, 사실입니다.


*규방칠우같이 참한 교정삼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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