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팠다.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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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여의 객지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를 졸라 카페 투어를 다녔다.

그냥 커피의 이름은 아메리카노, 달달한 커피의 이름은 카라멜 마끼아또라고 가르쳐 주었다.

커피만도 비싸다는 어머니에게 억지로 케익을 사주었다.

싫다던 어머니는 나보다 더 빨리 포크를 집고, 가장 끝까지 포크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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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 복학생 생활 1년, 백수 생활 3개월 뒤에 다시 취직을 했다.

취직 후, 한동안 설빙의 빙수를 사다 날랐다.

아버지는 얼음에 간이 되어있는 설빙의 미숫가루 팥빙수를 좋아했다.

기본으로 나오는 팥은 늘 부족해서, 천 원을 더 주고 팥을 더 사 왔다.

"빙수 사 왔어요" 하는 말이면, 아버지는 그 좋아하는 초저녁 잠을 한켠으로 치우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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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동네 한 모퉁이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다.

가게 유리 가득 붙여진 최저가라는 글씨에 홀려 종류대로 집으니 오천 원 치였다.

다 먹겠나 싶었는데 3일을 못 갔다.

이후로 매번 아이스크림 육천 원 치를 샀다.

그때마다 꽉 채워진 냉동실은 3일이 되기 전에 헐빈해졌다.

입추까지 냉동실은 부풀었다 작아지고 부풀었다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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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그림을 배우러 일주일에 한 번 합정에 갔다.

수업이 끝나고 당산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는 길목의 빵집은 냄새가 좋았고 가격도 좋았다.

꽈배기 다섯 개를 사 갔는데 그 날 저녁으로 모두 없어졌다. 일주일에 한 번 꽈배기를 샀다.

마침 동네에 유명 꽈배기 프랜차이즈점이 생겼다. 퇴근하자마자 갔는데도 갈 때마다 동이 나서 오기가 생겼다. 벼르다 어느 하루는 뛰듯이 퇴근했다. 꽈배기가 남아 있었다.

혈육은 다음날 아침까지 꽈배기 찬가를 불렀다. 부드럽지만 바삭하고 촉촉하지만 느끼하지 않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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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다시 살게 된 지난 이년 동안, 참 많이도 사다 날랐다.

그들이 고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설빙 쿠폰에 찍힌 도장을 열 두 개째 세었을 때 알았다.

아니, 내가 당신들이 고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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