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어디가 어때서?

덕후에게 남는 한 가지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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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말 한마디라도 얹으면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떠날 것 같은 마음이었던 오늘.

무거운 몸뚱이에 번뇌 망상으로 가득한 머리를 이고 있었던 오늘.

가장 지친 순간 핸드폰을 열었더니 차애와 그의 덕후들이 열일을 한 흔적이 인터넷 세상에 가득하다.

"세상 사람들! 이것 좀 보세요! 저희 차애는 타이밍도 이렇게 잘 맞춘답니다흐흐흑... 제가 이 회사에서 근속 n년을 해낸다면, 그 모든 공덕은 단연코 이 차애(와 변치 않는 나의 사랑 최애)의 것일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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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덕후 유전자 때문에 어쩔 도리없이 갖은 덕후로 한평생을 살아왔지만,

사실 '덕후의 삶에 남는 게 무엇이겠냐' 하는 시니컬한 마음 또한 늘 가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삶의 크고 작은 돌부리에 걸리거나, 혹은 돌부리에 걸리거나 말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할 때에도 그때마다의 최애들이 있어 한 발자국 더 걸음을 떼거나,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곤 했다.

한번 더 웃게, 가끔은 울게도 하는 그들 덕분에 나는 벗어던지고 싶었던 내 삶으로 늘 못 이긴 척 돌아오곤 했다. 지루한 일상을 쬐금씩 더 버텨내곤 했다. 조금만 버티면 거기에 더해 또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생기곤 했다. 그렇게 버틴 시간들은 오랜 퇴적물처럼 단단해졌다. 암석처럼 굳건한 무언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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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덕후의 삶에 남는 건 좀 더 단단해진 덕후 그 자신인 건가!'


소년만화에 나올법한 대사를 던져보니 그냥 덕후의 정신승리 같다.

그러나 오늘 하루도 그 덕에 버텼으니, 영 없는 말이 아니다.

'강해야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라는 또 다른 소년만화 대사 같은 이 시대의 잠언을 되짚으며 다짐한다. 그러니, 덕질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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