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유엔에서 일할 뻔했다니까.."_ 3

잘하고 있숴!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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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데 얘는 언제 이렇게 낡았지'

씻다 보니 꽤 낡았다 싶다. 스텐컵의 햇수를 세어보니 4년은 족히 되었다. 사용하지 않은 기간도 있지만 어쨌든 낡을만한 세월이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뚜껑이 있는 스테인리스 컵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렵게 찾은 컵이니만큼 그냥 계속 썼으면 좋겠는데.. 겉면의 칠이 꽤 벗겨진걸 보니 모르는 새에 페인트칠을 꽤 삼켰겠다 싶다. 아유. 하나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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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스텐컵을 검색했다.

세월이 지난 사이 스텐컵 수요가 늘어났는지 크기도 모양도 다양해졌지만 딱 내가 원하는 크기와 모양과 재질과 색깔을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또 몇 날 며칠을 뒤져놓고 결국 쇼핑 검색 페이지 중 가장 앞 페이지의 것으로 골랐다.

혹시 잘 엎어질까 싶어 큰 사이즈에는 도전하지 않았었는데, 물 뜨러 가는 것도 귀찮고 해서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보았다. 얼추 600mㅣ. 우와. 오래되면 칠이 벗겨지니까 아예 칠이 되지 않은 것으로 사자. 고 생각했는데 도착한 걸 보니 분홍색으로 곱게 칠해져 있다. 아 예뻐! 컵은 예쁘고 내 짧은 기억력은 귀엽네..


어쨌든 크고 예쁘고 뚜껑이 있는 데다 바닥의 미끄럼 방지 고무가 아주 잘 덧대어져 있는 훌륭한 컵을 샀더니 마음이 흡족하다. 덕분에 열심히 물을 먹었다. 4잔 먹었으니 2리터가 넘는다. 좋다. 일과를 마치고는 슥슥 닦아 책상 위에 얹어놓는다. 씻어놨더니 더 반짝거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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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을 덜 쓰는 일. 어마 무시하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세상을 느끼는 감각을 놓치지 않고, 나와 세상을 나누지 않고, 내가 속한 세상에 무엇이라도 하려는 마음을 놓지 않게 한다. 그것으로 종이컵을 덜 쓰는 일. 나에겐 대단한 일이다. 대단한 일, 꾸준히 잘하고 있숴!

_ 자, 칭찬받았으니까 그 힘으로 한번 더 스텐컵을 씻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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