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 해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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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 보낸 일드의 고뇌의 나날들을 지나, 나는 결국 유엔을 선택하지 않고(음?) 다른 업을 선택했다.
그 뒤로 1n 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쉼 없이 일하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직장 내 평화는 모두의 정시퇴근에서 온다'는 것과, '세상에 이로운 일. 이란 없다'는 것이었다.
난 또 세상에 대단히 이로운 일은 이거! 아니면 약간 이런 쪽? 하고 얼추 정해져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세상에 이로움 +n이 되는 것.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소리 같지만 원효대사 해골물이 천년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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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로움 +n 값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든 사람이 같은 수치의 최댓값을 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댓값을 은은하게 유지해나가자.'는 마음을 지키려 한다. 하여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조그만 일들을 찾아 꾸준히 해나가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종이컵이다.
종이컵 사용 덜 쓰기 캠페인을 혼자 지속한 지 1n 년 차인데 종이컵 사용'원천 금지'도 아니고 그저 '자제' 정도인 데다, 그나마도 요즘 들어 타협이 잦아져서 이거 원 이래서야 의미가 있겠나 싶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아마존에서 잘려나가는 나무들을 떠올린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의미가 10인지 1인지 따질 때가 아니다. 번거로우니즘에서 비롯되는 귀차니즘을 번쩍 든 정신으로 몰아낸다.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스텐컵을 씻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