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편지

by 릴리슈슈


2년 전 너에게 쓴 편지를 아직도 못 부쳤어.

아니, 부쳐도 네가 받지를 못하지.


이곳저곳에 너를 쓰곤 했어.

너는 완벽한 직업인이었지.

네가 어떤 친구였는지 어떤 아이였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가끔 드러내는 네 눅눅한 진심들에 나는 위로받기도 하고, 주제넘게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즐거웠던 시간들이 많았어.

밑도 끝도 없는 말장난과 터무니없는 드립들에 배가 찢어지고 볼따구가 땡길 만큼 웃어댔지.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모습들을 볼 때면 자랑스러웠어.

너를 보며 나도 더 잘 살아봐야겠다 생각했지.


웃고 뿌듯하고 가슴 벅차고..

그런 기억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냥 그렇게만 너를 기억하고 싶은데

그게 늘 안돼 미안. 그게 그렇게 잘 안되더라고.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어딘가에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니까.. 나는 참 아는 것이 없다.

그냥 네가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어. 연하고 보드랍고 따뜻한 어딘가에.


네가 준 것들을 꺼내어서 들여다보고, 슥슥 닦아서 다시 집어넣고.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어서 무력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나 계속 여기에 있어.

'어딘가에 있기만 했으면' 하고 너에게 품은 마음을 나를 향해서 품어보곤 하거든.

그럼 '좀 무력해도 괜찮지 뭐.' 싶어져.


네가 없는 세 번째 해, 네 번째 해..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보다 네가 없는 시간들이 더 길어지겠지?

그렇지만 계속 잘 지낼 거야. 너도 잘 지내야 해?

고마웠어. 고생 많았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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