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또르르_ 1

인공의 눈물

by 릴리슈슈

-

이직 2년, 나는 눈물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를 옮겼는데 퇴근시간이 되면 머리가 아플 듯이 피곤해서 '역시 나는 백수가 체질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안구 건조증 때문이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따갑다가 끝내는 두통까지 오는 일이 반복되어 그저 간이 좀 피곤한가 보다 했을 뿐인데 증세를 검색해보니 눈 때문이었다.


결국 안과에 가 처방전을 받아왔고 약국은 내게 인공눈물 두 박스를 내밀었다.

"아휴, 이렇게나 많이요? 이거 다 안 쓸 것 같은데요."

"처방전 없이 사시면 비싸니까 그냥 그대로 가져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통기한도 넉넉하니까요."

네모난 박스 두 개가 담긴 약국 비닐봉지를 대롱대롱 흔들며 아무래도 과소비가 아닌가 생각했다만 지금 돌아보면 눈 건강에 무슨 그런 부심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다 안 쓸 것 같다'구요. 아, 그런 허세. 뭐, 부려볼 수 있을 때 부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

이직 후 두해 정도가 바뀌어가는데 눈은 여전히 뻑뻑하다.

거대한 가습기를 틀어놓은 내 자리를 무심결에 쳐다보다 깜짝 놀란 동료들이 이 정도면 병실 아니냐며 한 마디씩 하던 것도 예전 일이다. 게다가 가습기 청소는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눈에 수분 조금 더 주겠다고 호흡기에 무엇을 집어넣고 있는지 또 모를 일이라 가동을 멈춘지도 벌써 꽤 되었다.


하여 동그랗고 이 축축해야 하는 알맹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제때에 인공 눈물을 공급하는 일뿐이다.

꺼내기 좋도록 뚜껑을 잘 제거한 박스 안에는 역시 입구를 가지런히 잘라 놓은 은박 봉투들이 나란하다. 은박 봉투 안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일회용 인공 눈물들이 또 나란하다. 사용량과 관계없이 일단 개봉했으면 그날만 사용 가능한 이 작은 플라스틱 통들을 보며 혹시 이것이 또 어딘가로 흘러나가 바다거북의 콧구멍에 걸려 있거나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죄책감을 품지만, 눈을 떠야 일을 하고 일을 해야 이 육신을 먹여 살리므로 두 눈을 부릅떠 또르르 눈물을 떨궈 넣는다. 넘치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려온다. 그래도 무거운 마음은 씻기지 않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속 걸어둘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