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쫄이_ 1

피부 같은 친구들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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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꽤 톰보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넉넉한 옷을 좋아했는데, 마침 나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손윗브로는 키가 크고 어깨가 보통이어서 손윗브로와 같은 사이즈의 티셔츠를 입을 수 있었다. 손윗브로가 교복을 입고 등교하고 나면 나는 그의 티셔츠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가끔 한 번씩 입고 나가곤 했다.


피구왕이었던 나는 치마를 질색했다. 레이스는 질색팔색이었다.

성당에서 첫 영성체를 받으니까 치마에 하얀 레깅스인가 타이즈를 입고 오라고 했는데 정말 나는 울고 싶었다. 울면 사진에 못생기게 나온다고 해서 억지로 울음을 찾고 옷을 꿰어 입었다. 불편한 옷을 입으니 뜀박질로 한달음에 오르던 성당 돌계단이 귀양길 같았다. '나를 고난의 십자가 언덕으로 오르게 하시는 이것의 과연 예수님의 참된 사랑인가?'라는 의문으로 가득한 내 얼굴을 첫 영성체 기념사진에서 발견할 때마다 '신심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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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레깅스를 두 벌 샀다. 이게 다 요가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다 정말.

요가 첫날, 집에 있는 것 중 가장 폭이 좁은 츄리닝을 입고 갔는데 정말 티브이에서 보던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레깅스와 딱 붙는 상의를 입고 있었다.

'아니, 저것은 피부가 아닙니까?'


그렇게 고요한 스튜디오 안에서 내적 고함을 지르는데 선생님이 누워서 두 다리를 하늘로 뻗어 올리라고 한다. 지시대로 차근차근히 동작을 취하면서 나는 다시 생각했다.

'오늘 집에 가서 당장 요가복 주문.'

두 다리를 하늘로 쭉 뻗어 올리니 츄리닝이 사르륵 무릎까지 내려오면서 나의 귀여운 종아리가 밝은 살색을 드러내며 어둑한 요가 스튜디오 속에서 자꾸만 선생님을 부르듯 반짝이고 있어 어쩐지 면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그보다는 흘러내리는 옷감들이 배기고 거추장스러워 동작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것이 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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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문한 요가복이 도착하고,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조그마한 바지에 커다란 다리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스키니야 잘 입곤 하지만 이건 너무 피부처럼 달라붙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그래도 입어야지 어쩌겠어. 하며 두 다리를 구겨 넣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는데, 아니 이것이 웬일! 피부처럼 편하다!


레깅스에 양말을 올려 신고 요가 스튜디오에 갔다. 상의까지는 아직 요가복의 피부화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퐁당한 것으로 입고 갔지만, 활동범위가 넓고 다이내믹한 하체에 피부 같은 레깅스를 입혀 놓으니 이곳저곳으로 다리를 뻗고 들어 올리는 것이 이렇게 편하다. 게다가 몸 선이 드러나니 몸을 정확하고 움직이고 각도를 맞추는데 집중할 수 있었고, 교정도 훨씬 쉬웠다.

'아아아 왜 그동안 아무도 안 알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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