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카드와 인터스텔라_ 1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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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부엌 서랍장에서 메모리카드를 발견했다.

???

메모리카드, 오래된 필름.. 이런 것들은 그냥 버리기가 늘 찜찜하다.

특별할 게 없는 줄 알지만 버리지 않고 탁자에 올려두었다.


"오빠, 나 부엌에서 메모리카드 발견했는데, 오빠 거야?"

"음? 모르겠는데?"

"한번 열어봐. 미래의 오빠가 보낸 편지가 있을지도?"

"2019년 12월 28일의 로또번호를 불러줄지도 모르겠네?"

"인터스텔라처럼 저 베란다 밖에서 유리를 막 두들기고 있는 거 아니야?

야 이 자식아 빨리 메모리카드 열어!! 야 임마! 이러면서?"

"이건 좀 딴 얘긴데, 누구에게나 다 그 장면처럼 돌아가서 되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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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번호를 확인해야 하는데 메모리카드 리더기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근데 자꾸만 인터스텔라와 '과거의 선택'이 떠오른다. 연말이라 그런가. 감기 중이어서 그런가.


_ 지나온 것도 모두 '나'이니까요.

_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배우지 못했겠죠?

등의 이유로 지난날의 자신을 완전히 껴안는 사람들이 있는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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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 양준일 님 인터뷰를 봤다.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공간이 생기는데 그 공간에 자꾸만 과거가 들어오더라" 고.

'아니 그럼 그 과거는 오또케요?' 질문을 들은 것처럼 그 뒤에 이런 얘기를 한다.


"동생이 내 자전거를 타고 가 버려서 엄마한테 말했을 때, "그냥 니가 참어."라고 하면 분노가 더 올라와요.

그런데, "그래, 니 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구나. 걔는 네 옷도 마음대로 입고.."

그렇게 말해주면 자전거는 다 잊어버려요.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내가 보인다는 걸 느끼면 많은 것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나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그런 걸 녹여주셔서, 더 이상 저의 과거가 저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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