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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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행사가 있으니 예쁜 모자를 골라오라고 했다.
분홍색 뜨개모자를 가져온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모자를 썼다.
그런데 뒤에 있는 친구가 저 분홍 모자 때문에 자기가 잘 안 보인다고 몇 번을 얘기한다.
"친구야, 뒤에 있는 친구가 이 모자에 가려서 잘 안보인대. 다른 걸 할까?"
다른 귀여운 아이템을 골라주었지만 아이는 영 시무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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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기 마음에 양껏 들 수 없는 것이 인생사다.
해줄 수 있는 만큼은 조정해서 크게 불편한 마음까지는 가지지 않도록 나름대로 신경은 쓰고 있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티 나게 분위기를 해치는 아이들에게는 일부러 관심을 주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고개를 푹 떨군 아이가 자꾸 눈에 밟힌다. 나가서 다른 모자를 구해왔다.
"이건 좀 어때?"
꽤 괜찮았는지 흔쾌히 모자를 쓴다.
"다행이네"
모자가 흘러내리지 않게 다시 씌워주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가 나를 향해서 찡긋하고 눈인사를 보내더니 더 열심 열심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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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알아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할 만해지거나, 살 만해진다.
흔쾌한 마음으로 올해보다는 조금 더 알아차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내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