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정하지 못한 일기_ 6

질문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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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매트 위에 서서 몸을 반으로 접은 상태에서 왼쪽 다리 안쪽으로 왼쪽 어깨를 최대한 넣어 왼쪽 팔과 손을 등 뒤 허리 쪽으로 올린다. 그리고 오른쪽 팔을 등으로 넘겨 왼손과 오른손을 맞잡게 한 다음에 체중을 왼발에 싣고 자세를 낮춘 다음 무려 '오른발을 바닥에서 떼어 왼쪽 어깨와 왼손이 얽혀 있는 왼쪽 다리로만 몸을 지탱한다.'

물론 나는 오른발을 떼지 못한다.


아직 익숙지 않은 순서를 정신없이 좇다 '오른발을 바닥에서 떼어 왼쪽 어깨와 왼손이 얽혀 있는 왼쪽 다리로만 몸을 지탱한다.'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나와 저 멀리에서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버티고 서있는 요가 선생님께 묻고 만다.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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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반대방향으로 했을 때, 오른발로 지탱하는 것은 조금 할 수 있었는데 왼발로는 아예 지탱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게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이 질문은 왜 아까가 아니고 지금 떠오르는가?'


질문/의문이 많았던 나를 떠올려본다.

무언가가 무리 없이 잘 되어간다고 느낄 때, 질문은 떠오르지 않는다. 질문이 없으니 잠시 멈춰 설 일도 없고 나를 돌아볼 일도 없다. 뭔가가 안된다고 느껴질 때, 힘이 들 때, 질문이 떠오른다. 질문이 있으니 멈추고 나를 돌아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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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늘 질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던하고 우직하게, 지긋하게 걷거나 뛰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늘 질문을 던지느라, 답을 찾느라 자꾸 발걸음을 멈췄던 건 아닐까.

아니면 힘이 들어서, 멈출 핑계를 찾느라 질문을 던졌던 건 아닐까.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을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대충 얼버무렸던 건 아닐까.

그랬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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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지긋하게, 미진하고 더뎌보이더라도 선택한 길을 묵묵하게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더 집중해야겠다.

왕도와 명분, 의미에 대한 질문은 그동안 많이 많이 던졌으니까.

그게 신중하게 선택한 과거의 나에 대한 존중이기도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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