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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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한 요가원에서는 거의 매일 다른 수업을 한다.
어쩌다 보니 힐링 요가만 들어서, 이번 주에는 안 들어봤던 수업을 가봐야지 마음먹고 스케줄을 조정했다.
그렇게 간 것이 아쉬탕가 수업이었는데, 역시 나 같은 쫄보는 좀 뭘 모르고 갈 필요가 있다. 알았으면 가지 않았을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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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PT를 받으면서 가장 괴로워했던 운동을 꼽자면 버피였다.
빠르게 엎드렸다 일어났다 뒤집었다 하는 일은 정말 괴로웠다. 몇 회 밖에 안 했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몸이 매트 위에 절로 내던져질 지경이었다. 차라리 데드리프트의 횟수나 중량을 늘려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선생님, 오늘 제 기분 마치 PT 받는 기분이에요. 꼭 버피 하는 것 같아요~ 하핫"
하고 너스레를 떨 짬도 없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순서를 눈치껏 바삐 따라가며 엎드렸다 누웠다 뒤집기를 반복했다. 한 20분쯤 했을까? 잠시 시체 자세를 했는데 수업이 끝나버렸다. 아닛? 한 시간이 지나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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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버피는 미국의 버피 박사가 개발한 운동법인데, 사실 요가의 동작과 무척 흡사해서 독자 개발했다기보다 상당 부분 가져와서 변형한 것이라는 설이 있어요."
떨리는 근육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가진 네이버와의 질의응답이었다. 아.. 정말 알았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에요.
하지만 안다.
오늘 피하면 또 언젠간 다시 만나야 하겠지. PT 받을 때 피하지 않았다면 오늘 다시 만나지 않았을 거야.
나는 안다. 다음 세계로 넘어가려면 근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최소한 피하지는 말자고. 내 몸과 마음을 잘 달래서 아주 야금야금씩이라도 나아가 보자고. 며칠째 당기는 근육들에게 말을 건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