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 시 삼십 분에 능히 잘 수 있습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나는 왜 도대체 잘 못 잘까?
정말 죽겠는데도 자려고 하지 않는다.
잠을 끝없이 밀어내다 지쳐 잠든 뒤 다음 날 아침에는 세상을 저주하며 일어나는 좀비가 된다.
왜 잠들려고 하지 않는가?
이유는 꽤 많은데 얼마 전 나와 심도 깊은 대화를 해 본 결과, ‘하루가 충분하지/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치.. 맘에 들 수가 있나.
하고 싶은 공부 할 에너지, 시간이 없는 채인 삶이 너무 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고 싶었다고 착각했던 것을 열심히 하던 시간,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외면하기 위해 데려온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삶이 길었다.
뭐 어쩌겠어. 결단은 중요하고 변화는 만들어내야겠지만 타고난 성미와 경향성이 있으니 단박에 될 수는 없다. 기적의 논리를 잘도 만들어내는 나라서 설득할 수도 없으니 확언을 읊으며 나를 달랜다.
‘오늘 하루는 완벽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완전했다.’
‘내게 필요한 것을 다 받은 하루다.’
‘그러니 자도 된다.’
가슴에 두 손을 포개어 얹고 중얼중얼하다 보니 손에 쥐었던 책이 고만 무겁게 느껴져 내려놓았다.
하..
뇌는 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왜 나는 못 잘까? 왜 나는 못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못 자는 이유, 못 할 이유만을 찾아낸다고 한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왜 나는 잠을 제시간에 잘 잘까? 왜 나는 00을 이렇게 잘할까?’와 같이 의문문을 만들어 많이 읊고 들으라고 한다.
( <어포메이션> 노아 세인트 존)
책을 읽고 많은 항목을 만들어서 실천해보았다.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 뇌가 답을 찾기도 하지만 하도 들으니까 뇌가 수시로 저런 말들을 떠올리니 그 자체로 그런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 그러니 애써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왜 나는 이렇게 유쾌하지?’ 였는데, 일하다가 급분노가 일어날 때 저 문장이 떠오르면서 팡팡 웃게 되었다.
그러면 잠은 왜?
잠도 저런 의문문을 만들었지만, 책에서도 말하듯 의문문만 읊어서는 안 되고 그 항목을 위한 액션플랜을 만들어서 실천했어야 했는데
그게 저는 잘 안됐어요.. 쭈굴.. 증맬 쉽지가 않았으요..
그치만 이제는 정말 해내고 싶어..
귀인께서 정말 완곡하게 ‘일찍 자라’고 하시는데
내가 참 너무 면구스러워서 흑흑..
그 행간에 얼마나 많은 말씀을 접어 두셨는지 알기 때문에..
그르니깐 오랜 습관이다 뭐다 시험 봐야 된다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되고 뭐라도 해야지 그런 모든 목소리들은 그야말로 잠재우고 이번 한 달은 증맬로 해보자! 해보자!
#단정한100일의반복
#해보자
#쿠라이쿠라이